두산산업개발의 연도별 분식회계 규모
두산산업개발 분식회계 고백 충격
매출부풀려 IMF위기 넘기고 합병까지
‘고백=감리면제’ 활용 추가폭로 차단
회사 “그룹엔 보고안해” 고리끊기
박용오씨쪽 “그룹 차원서 논의해”
‘고백=감리면제’ 활용 추가폭로 차단 두산그룹의 분식회계와 비자금 의혹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두산산업개발(옛 두산건설)이 28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스스로 고백하고 나서 두산그룹 총수 일가 사이에 ‘책임공방’이 불거지고 있다. 공방의 핵심은 두산산업개발의 분식회계를 그룹과 총수들이 과연 몰랐겠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8일 두산그룹 관계자 등 3~4명을 추가로 출국 금지했다고 밝혔다. 분식회계 규모와 수법 = 두산산업개발은 “두산건설 시절인 1995년부터 2001년까지 많게는 590억원에서 적게는 215억원까지 해마다 수백억원씩 2884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옛 두산건설은 95년 당시 자본금이 600억원대였고 2001년 말엔 2400억원대에 불과했다. 자본금보다 훨씬 큰 규모로 분식회계가 이뤄진 셈이다. 두산산업개발 관계자는 “손실이 발생하면 진행중인 다른 공사의 비용으로 반영한 뒤 매출을 미리 부풀려 잡았다”고 수법을 설명했다. 회사는 △무리한 저가 수주 △부산 해운대 아파트 등 미분양 △외환위기 때 이자 부담 등 6가지 이유로 손실이 쌓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분식회계의 실상은 고백한 내용 이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용오 전 그룹 회장은 검찰에 낸 진정서를 통해 박용성 현 그룹 회장이 조카가 운영하는 회사의 분식회계를 계열사인 ㈜두산기업에 떠넘기고, 이 회사가 부도 위기를 맞자 두산산업개발에 합병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는 두산산업개발이 밝힌 분식 내역과는 다른 건이다. 박용오 전 회장은 다른 계열사의 분식회계 의혹도 추가로 제기하고 있어 관계 당국의 사실 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회사 “오너 일가는 몰라” 고리끊기
박용오씨쪽 “그룹 차원서 논의해” 분식회계 책임공방 =두산산업개발은 “개별 계열사의 분식회계 내용은 그룹 쪽에 보고된 바 없고, 회계담당 임원과 대표이사까지만 보고됐다”며 책임의 연결고리를 일찌감치 차단했다. 두산산업개발 관계자는 “향후 몇년 동안 손실분을 나눠 분식회계를 털려고 했지만, 박용성 회장의 지시로 한꺼번에 분식을 고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두산 계열사들은 각 대표이사들이 책임 경영을 하는데다 분식회계가 현금유출 없이 회계 차원에서 매출만 당겨잡는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그룹은 알 수 없었다”며 “사내 책임 소재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두산산업개발 대표이사를 맡았던 박용오 전 회장도 실질적으로 경영에 개입하지 않아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두산 오너 일가는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용오 전 회장은 평소 그룹 운영 상황으로 볼 때 박용성·용만씨 형제가 몰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박용오 전 회장의 측근은 다른 두산 계열사의 추가 분식 의혹도 제기하면서, “그룹 전체 경영을 총괄하는 전략기획본부(옛 기획조정실) 회의에서 계열사들의 분식 규모가 논의됐다”고 말했다. 박용만 ㈜두산 부회장은 이번 분식회계가 일어난 95년부터 2001년까지 전략기획본부의 책임자였다. 배경과 파장 = 두산산업개발은 박용성 그룹 회장의 ‘투명경영’ 의지를 자진 공시의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박용오 전 회장의 잇단 의혹제기 끝에 나온 분식회계 고백은 일단 두가지 노림수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누적된 불법 경영을 털어내 폭로전을 차단하는 한편, 금융감독 당국의 감리와 제재도 ‘제도적으로’ 피해간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3월 개정된 외부감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내년 말까지 과거 분식회계를 스스로 밝히는 기업은 감리와 제재를 면제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식회계 시인이 검찰 수사에 미칠 영향도 관심거리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확언하기 어렵지만 수사 진행 중에 관련된 사항이 나오면 이번 분식회계도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수사를 한다 해도 분식회계 자체보다 분식회계에 따라 발생한 문제들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분식회계가 단순한 경영손실 눈가림용이 아니라 비자금 조성 등 다른 의도에서 비롯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세라 박순빈 황상철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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