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잇단 사고·비리 이유있었네
MB정부 ‘공기업 선진화’로 감원
수익성 위주 조직개편 화 불러
후쿠시마 원전처럼 정보 비공개
원자력안전위마저 조사권 없어
전문가 폐쇄성·외부감시 부재 문제 “언제 터질까 싶은 문제였습니다. 내부 검증 시스템은 형식적 서류만 갖추면 통과되고 외부 감시는 느슨한 상황이었습니다. 안전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제멋대로 구는 직원들이 사라졌다고는 지금도 이야기하기 힘듭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 직원의 말이다. 울산지검 특수부는 지난 7월 한수원 고위 간부(처장급) 2명 등 22명의 직원을 납품 비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들이 상납받은 뇌물의 규모만 22억원에, 관련 로비스트·납품업체 관계자 등 9명 역시 뇌물공여 등 혐의로 줄줄이 구속기소됐다. 당시 검찰 수사는 한 시민의 제보에서 출발해 한수원 안으로 파고들어간 결과물이었다. 느닷없이 터진 물꼬 하나에서 22명이 엮여 들어갔다. 당시 수사를 지켜보던 검찰 관계자들은 “특별한 내부 단서 없이 시민이 제공한 돈 전달 사진 하나에서 저 정도 수사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면, 한수원 내부는 썩을 만큼 썩었다는 소리”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달라지겠다고 말했다. 자정 결의 대회를 열고, 간부들에게는 청렴 사직서를 미리 제출받았다. 비리 등 혐의로 적발될 경우 즉시 해고하겠다는 으름장도 놨다. 그러나 한수원의 기강 해이는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노후원전 월성 1호기의 가동 중단은 직원의 실수 탓이었고, 9월에는 고리원자력본부 소방대원 2명이 마약을 투약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2월 발생했던 고리 1호기 전원 공급중단 사건을 은폐했던 제1발전소장 문아무개(56)씨는 지난 7월 부산지법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되기도 했다. 한수원 고위 관계자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왜 이런 비리 백태가 반복되는 것일까? 한수원 관계자들은 먼저 내부 검증 시스템을 이유로 들었다. 각종 서류 확인 등으로 안전 검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부품 조사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수원 한 관계자는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를 따지는 수준에서 검증이 진행되고, 이를 넘어서는 안전성 검증은 사실상 역량이 못 미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이 이명박 정부 들어 더 커졌다는 것이 한수원 직원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다른 관계자는 “2008~2009년 진행된 공공기관 선진화 과정에서 일률적으로 15% 정도 직원들을 감축했다”며 “특히 내부 권력 투쟁에서 밀린 정비 파트 직원들이 20% 남짓 아웃소싱되거나 퇴사했는데, 그 뒤로 한수원의 자체 안전 감시 능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수익성 위주의 조직 개편이 화를 불렀다는 자성이다. 원전 전문가들의 폐쇄성과 외부 감시 부재 역시 거듭된 도덕적 해이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회공공연구소의 송유나 연구위원은 “전문 기술의 함정에 빠져 있는 원전 전문가들은 외부 비판에 대해 ‘너희들이 뭘 아느냐’는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결국 정보 공유 거부와 폐쇄성으로 연결된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도 동경전력이 일본 정부에 끝까지 정보 공개를 거부했던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품질보증서 위조 사실이 외부 제보로 드러난 것 또한 폐쇄성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의 일단을 보여준다. 환경운동연합의 양이원영 탈핵에너지국장은 “지난 납품 비리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외부 제보에 의해 이러한 일이 드러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내부 검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원자력안전기술원 등 외부 검증 기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를 키워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1999년 정부는 원전 부품에 대한 조사 권한을 한수원에 일임하도록 조사 관련 규정을 완화했다. 현재 원자력 안전을 총괄하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조사 권한을 갖고 있지 않으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최근 부품 안전을 조사하는 부서를 폐지한 바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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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위주 조직개편 화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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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마저 조사권 없어
전문가 폐쇄성·외부감시 부재 문제 “언제 터질까 싶은 문제였습니다. 내부 검증 시스템은 형식적 서류만 갖추면 통과되고 외부 감시는 느슨한 상황이었습니다. 안전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제멋대로 구는 직원들이 사라졌다고는 지금도 이야기하기 힘듭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 직원의 말이다. 울산지검 특수부는 지난 7월 한수원 고위 간부(처장급) 2명 등 22명의 직원을 납품 비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들이 상납받은 뇌물의 규모만 22억원에, 관련 로비스트·납품업체 관계자 등 9명 역시 뇌물공여 등 혐의로 줄줄이 구속기소됐다. 당시 검찰 수사는 한 시민의 제보에서 출발해 한수원 안으로 파고들어간 결과물이었다. 느닷없이 터진 물꼬 하나에서 22명이 엮여 들어갔다. 당시 수사를 지켜보던 검찰 관계자들은 “특별한 내부 단서 없이 시민이 제공한 돈 전달 사진 하나에서 저 정도 수사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면, 한수원 내부는 썩을 만큼 썩었다는 소리”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달라지겠다고 말했다. 자정 결의 대회를 열고, 간부들에게는 청렴 사직서를 미리 제출받았다. 비리 등 혐의로 적발될 경우 즉시 해고하겠다는 으름장도 놨다. 그러나 한수원의 기강 해이는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노후원전 월성 1호기의 가동 중단은 직원의 실수 탓이었고, 9월에는 고리원자력본부 소방대원 2명이 마약을 투약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2월 발생했던 고리 1호기 전원 공급중단 사건을 은폐했던 제1발전소장 문아무개(56)씨는 지난 7월 부산지법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되기도 했다. 한수원 고위 관계자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왜 이런 비리 백태가 반복되는 것일까? 한수원 관계자들은 먼저 내부 검증 시스템을 이유로 들었다. 각종 서류 확인 등으로 안전 검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부품 조사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수원 한 관계자는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를 따지는 수준에서 검증이 진행되고, 이를 넘어서는 안전성 검증은 사실상 역량이 못 미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이 이명박 정부 들어 더 커졌다는 것이 한수원 직원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다른 관계자는 “2008~2009년 진행된 공공기관 선진화 과정에서 일률적으로 15% 정도 직원들을 감축했다”며 “특히 내부 권력 투쟁에서 밀린 정비 파트 직원들이 20% 남짓 아웃소싱되거나 퇴사했는데, 그 뒤로 한수원의 자체 안전 감시 능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수익성 위주의 조직 개편이 화를 불렀다는 자성이다. 원전 전문가들의 폐쇄성과 외부 감시 부재 역시 거듭된 도덕적 해이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회공공연구소의 송유나 연구위원은 “전문 기술의 함정에 빠져 있는 원전 전문가들은 외부 비판에 대해 ‘너희들이 뭘 아느냐’는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결국 정보 공유 거부와 폐쇄성으로 연결된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도 동경전력이 일본 정부에 끝까지 정보 공개를 거부했던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품질보증서 위조 사실이 외부 제보로 드러난 것 또한 폐쇄성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의 일단을 보여준다. 환경운동연합의 양이원영 탈핵에너지국장은 “지난 납품 비리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외부 제보에 의해 이러한 일이 드러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내부 검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원자력안전기술원 등 외부 검증 기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를 키워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1999년 정부는 원전 부품에 대한 조사 권한을 한수원에 일임하도록 조사 관련 규정을 완화했다. 현재 원자력 안전을 총괄하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조사 권한을 갖고 있지 않으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최근 부품 안전을 조사하는 부서를 폐지한 바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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