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는 컴퓨터 ‘미래 산업’ 각광
올초 가전쇼 신상품 경쟁 치열
편리한 ‘일상의 필수품’ 예고
눈앞에 보이는 모습 쉽게 녹화
움직이는 몰래카메라 ‘공포’
“프라이버시 영역 없애” 반대 일어
올초 가전쇼 신상품 경쟁 치열
편리한 ‘일상의 필수품’ 예고
눈앞에 보이는 모습 쉽게 녹화
움직이는 몰래카메라 ‘공포’
“프라이버시 영역 없애” 반대 일어
구글이 안경 형태의 컴퓨터 구글안경을 개발하고, 상용화 준비를 위한 체험단 운영에 나섰다. 구글은 지난달부터 신청을 받은 구글안경 체험단 8000명을 최근 마감했다. 이들은 1500달러에 구글안경을 사서 쓰고, 구글안경을 통해 일어날 현상들을 구글에 보고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외신은 애플을 비롯해 구글, 삼성전자가 경쟁적으로 손목형 스마트폰 개발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컴퓨터, 통신기기, 각종 센서를 늘 휴대하면서 개막된 새로운 생활환경은 구글안경과 스마트시계 등 ‘입는(wearable) 컴퓨터’로 더욱 고도화할 예정이다. 공상과학 영화 속 기계인간인 사이보그처럼 입는 컴퓨터를 착용한 인간은 초능력을 갖고 실수 없는 삶을 살게 될까? 입는 컴퓨터에 열광한 기술맹신 문화가 사회의 전통적 가치와 사생활을 무너뜨리지 않을까? 구글안경의 형태로 등장한 첨단기술 ‘입는 컴퓨터’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시작됐다.
■ 빛 기능은 대부분 스마트폰에서 가능한 것이라 새로울 게 없지만, 소형화해서 안경처럼 늘 착용하게 해 사용성을 확장한 게 입는 컴퓨터다. 구글안경은 비디오카메라, 녹음기, 자이로스코프, 눈동자추적장치 등 각종 센서, 통신, 디스플레이 기능을 갖춘 초소형 컴퓨터다. 구글의 검색과 클라우드 컴퓨팅 능력을 통해 가상현실을 눈앞에 구현하고, 음성명령으로 작동한다.
구글안경을 쓰고 걷다가 전자우편이나 문자메시지가 오면 눈앞 화면에 내용이 뜨거나 음성으로 바꿔준다. 말로 답장하면 문자로 바꿔서 발송한다. 이 안경을 쓴 채 오페라를 보면 주인공이 부르는 이탈리아어 아리아를 번역해 눈앞에 보여준다. 프랑스어로 된 식당 메뉴판도 자국언어로 변환되어 나타난다. 일정기 등 개인화서비스와 연결되어 언제 출발해 어떤 경로를 거쳐서 가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검색, 위치정보와 결합한 내비게이션 기능은 낯선 곳에서 길찾기를 소수의 취미생활로 만들 수 있다.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쇼에도 여러 업체가 입는 컴퓨터를 내놓았으며, 동작인식 키넥트 기술을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주요 정보기술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몸에 부착돼 있는 만큼 맥박과 혈압 등을 기록해 이를 병원에 전송하는 건강모니터로 쓰일 수 있다. 나이키가 지난해 출시한 팔찌형 운동량 모니터 퓨얼밴드의 인기는 이를 확장한 손목형 컴퓨터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구글은 개발도구 제공을 통해 스마트폰 앱처럼 외부개발자들이 참여하는 구글안경 생태계 구축을 이미 시작했다.
입는 컴퓨터는 미래에 가장 유망한 하드웨어 기기로 예측되며 신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는 2016년 시장 수요가 920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말부터 2017년까지 구글안경과 스키고글 형태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입는 컴퓨터의 핵심 형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업무용 메인프레임에서 개인용 피시(PC), 노트북, 스마트폰으로 성능과 휴대성을 높여간 게 컴퓨터 진화의 역사다. 입는 컴퓨터는 옷이나 안경처럼 습관적으로 착용하게 되는 일상의 필수품 자리를 예고하고 있다.
■ 그늘 구글이 동영상에서 공개한 구글안경의 쓰임새를 보면 놀랍고 신기하지만, 이 기술이 잘못 쓰이거나 나쁜 의도로 활용될 경우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예상하게 한다. 구글안경에 내장된 초소형카메라는 “녹화”라는 음성명령에 따라 보이는 모든 것을 녹화해 구글 서버로 전송하는 기능이 있다. 사용자는 눈앞의 현장을 녹화해 음성명령으로 즉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에 올릴 수 있다. 카페에 누군가 구글안경을 쓴 채 나타난다면 그곳에서 이뤄진 대화는 <트루먼쇼>처럼 전세계에 생생하게 중계될 수 있다. 전세계에서 구글안경을 통해 얻어진 정보는 검색 입력 데이터처럼 익명처리된 뒤 구글의 서버로 보내져 맞춤형 광고나 정보 제공 등 다른 연관서비스로 활용될 수 있다.
영국 런던에 근거를 둔 스톱더사이보그(stopthecyborg.org)란 단체는 구글안경은 프라이버시 영역을 없앨 것이라며, 사용 반대 포스터를 배포하고 미국과 영국 정치권에 규제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는 운전 중 구글안경 사용금지 법안이 제출됐으며, 시애틀의 5포인트 카페 입구에는 이미 ‘구글안경 입장금지’란 스티커가 붙었다.
공공장소에 폐쇄회로를 설치하려면 적절한 위치 선정과 촬영·녹화된다는 알림이 필수적이지만, 구글안경은 움직이는 몰래카메라가 되어 주위를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구글안경과 그 잠재적 위험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지 못하고, 시력교정용 실제 안경과 결합된 경우 상대에게서 구글안경을 강제로 벗기기도 어렵다. 감시당하고 녹화된다는 공포 없이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본권과 자유가 입는 컴퓨터라는 신기술에 의해 위협받는 형국이다.
구글 쪽도 “아주 초기단계인데다 휴대전화 같은 다른 신기술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규범과 사용법이 개발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구글안경 체험단 운영은 기기의 기능성 개선 못지않게 입는 컴퓨터 기술이 가져올 프라이버시 침해 등 새로운 사회현상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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