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규모 아닌 기술로 승부…대기업과 ‘수출 강국 쌍끌이’

등록 2013-04-14 20:14수정 2013-05-06 20:31

유럽 지역의 경제 위기 속에서도 독일 경제는 상대적으로 건실함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유럽 지역의 경제 위기 속에서도 독일 경제는 상대적으로 건실함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중소기업 강국의 길/ 1부 히든 챔피언에서 배운다
독일경제는 왜 강한가
작년 세계 500대 기업 중
독일은 32개 뿐이었지만
글로벌 강소기업 1천여곳 달해
유럽 젊은이들 ‘구직 이민’

제조업에 기반한 중소기업들
기술력으로 틈새시장 파고들어
고용창출·국민소득에도 큰 역할

독일 경제가 강한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독일 정부의 경제개혁이 꼽힌다. 1990년대 말 독일 실업자는 600만~700만명에 달했다. 베를린 시민의 25%가 일하지 않으면서 오직 정부의 복지혜택으로 생활했을 정도였다. 할아버지-아버지-아들 3대가 정부의 연금으로 생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2002년 경제개혁 정책인 ‘어젠더 2010’을 단행했다. 정부에만 의존한 채 일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복지 혜택을 대폭 줄였다. 노사정 대타협으로 노조가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와 파업을 자제한 것은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기업들의 법인세 인하와 사회보장 부담축소도 단행됐다. 슈뢰더 총리가 2001년에 법인세율을 40%에서 25%로 낮춘 데 이어,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2008년에 15%로 인하해 기업들이 고용과 투자 여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했다.

오는 9월 실시되는 독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요즘, 집권 기민당의 표정은 밝지 않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후퇴하며 연립정부 구성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권 8년차를 맞고 있는 메르켈 총리의 개인적 인기는 여전히 상한가다. 독일의 주간지 <슈테른>이 독일 정치인들의 인기도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메르켈 총리가 경쟁자들을 누르고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코트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의 강형곤 투자유치팀장은 “최근 영국의 유력 경제지인 <파이낸셜 타임스>가 유럽연합 안에서의 독일어 배우기 열풍을 다뤘다. 유럽의 젋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너도나도 독일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고 소개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독일의 강한 중소기업들은 독일 경제를 구한 효자로 꼽힌다. 특히 매출이나 근로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틈새시장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세계 최강자 자리에 오른 히든 챔피언들은 독일 부흥의 주역이다.

독일의 국민 1인당 수출액은 2010년 기준 1만5513달러로 세계 1위다. 독일은 전체 수출액에서도 2003~2008년 세계 1위를 달렸다. 이후 순위가 뒤로 밀렸지만 여전히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독일에는 지멘스·바스프·폴크스바겐·다임러·베엠베(BMW) 등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대기업들이 여럿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천>이 발표한 ‘2012년 글로벌 500대 기업’을 보면 독일은 32개가 포함돼, 미국(132)·중국(73)· 일본(68)에 이어 4위에 그쳤다. 더욱이 3위인 일본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독일이 이처럼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수출 강국인 이유는 세계 1등인 히든 챔피언들이 많기 때문이다.

독일 중소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자랑한다. 2012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경쟁력 평가를 보면, 독일 중소기업의 효율성은 세계 1위다. 독일 중소기업은 심지어 대기업보다도 효율성이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강철선가공설비 생산업체로 히든 챔피언인 바피오스의 우베페터 바이크만 최고기술책임자는 “우리 회사의 경쟁력이 대기업보다 더 높다. 솔직히 대기업 중에서도 진정한 경쟁자가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히든 챔피언은 기술력을 중시해, 매출액 대비 기술개발투자 비율이 5.9%로 글로벌기업의 4.2%보다 더 높다. 만하임에 소재한 히든 챔피언인 푹스오일(Fuchs-oil)의 게오르크 린그 이사는 “독일 기업이 창출하는 순가치의 절반을 중소기업이 차지한다. 고용창출에서도 중소기업이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독일 국립 중소기업연구소(IFM)의 미하엘 홀츠 연구원은 “2001~2005년 기간 동안 중소기업의 일자리 증가율이 2.5%인 반면 대기업은 0.5%로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히든 챔피언은 국가 전체의 경제력이나 1인당 국민소득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히든 챔피언이라는 용어를 만든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은 2012년 기준 전세계 히든 챔피언을 2734개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독일이 1307개(48%)로 가장 많고, 그 뒤로는 미국 366개, 일본 220개 순서다. 한국은 23개로 13위에 그쳤다. 인구 100만명당 히든 챔피언도 독일이 16개로 가장 많다. 그다음은 룩셈부르크 14개, 스위스 13.9개, 오스트리아 13.8개 순서다. 한국은 0.5개로 19위다. 히든 챔피언 10강 중에서 5개국이 1인당 국민소득 10위 국가 안에 드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한국은 2007년 처음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선 이후 6년간 2만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어 일각에선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3%대로 추락했다. 선진 23개국이 2만달러에서 3만달러를 돌파하는데 평균 8년이 걸렸는데, 한국이 향후 2년 안에 3만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

강한 대기업으로 2만달러 시대를 열어젖힌 한국이 3만달러 시대로 나아가려면 대기업이라는 하나의 성장엔진만으로는 어렵다. 독일처럼 강한 중소기업을 많이 육성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두개의 성장엔진이 가동하는 쌍끌이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선언한 이유다. 경제개혁연대의 위평량 연구위원은 “대기업 중심의 성장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앞으로는 중소기업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 역할을 해야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과 한국은 국민 문화, 사회 시스템, 기업 발전과정 등에 적잖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 양질의 노동력, 성과 중심의 기업문화, 왕성한 기업가 정신, 프로테스탄티즘과 유사한 유교적 전통에 기반을 둔 근면성 등 독일과 유사점도 많다. 또 분단국가의 경험, 전쟁의 참화, 뒤늦은 산업화, 경제부흥의 기적 등 역사적 동일성도 강하다. 만하임응용과학대학의 빈프리트 베버 교수는 “한국이 독일의 경험을 잘 참고한다면 충분히 ‘중소기업 강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크푸르트·만하임·슈투트가르트(독일)/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99.9%가 중소기업인데 효율성은 세계 최하위권

한국의 현실은독일의 53.8% 미국의 59.7% 수준

한국의 중소기업은 ‘99-88’(사업체수의 99.9%, 일자리의 87%)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지만, 경쟁력에서는 독일 히든 챔피언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일례로 중소기업의 부가가치와 생산액 비중(5인 이상 제조업 기준)은 2010년 기준 47%대에 불과하다.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는 2010년 기준 5100만원으로, 대기업(1억4500만원)의 35%에 불과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평가를 보면 2012년 기준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효율성은 전체 59개국 중 51위로 최하위권이다. 대기업 효율성의 61%에 불과하고, 국가별 비교에서도 독일의 53.8%, 미국의 59.7%에 그친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오동윤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효율성이 높을수록, 대·중소기업 간 효율성 격차가 작을수록 국가경쟁력이 높다”고 강조한다.

반면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대기업을 압도한다. 제조업 분야만 보면, 중소기업의 종사자 수는 2006~2010년 5년간 4.4%가 늘어났지만 대기업은 2.6%가 되레 줄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0년간 중소기업 일자리는 358만1851개 증가한 반면 대기업은 21만5205개가 줄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중소기업 강국’은 필수조건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이 중소기업 강국이 되려면 무엇보다 지난 50여년간 지속된 소수 수출 대기업에 평향된 경제정책을 대기업-중소기업, 수출-내수가 균형을 이루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도 성장의 축으로 자리 잡아 성장 과실을 골고루 나눌 수 있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중소기업을 질식시키고 성장을 가로막는 대기업의 불공정하도급거래를 근절시켜 대·중소기업 간 수직적 네트워크가 정상화돼야 한다. 중소기업 간 협력과 지역단위의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 등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평적 협력네트워크의 활성화도 관건이다. 중소기업 스스로도 경제력을 높이기 위한 끊임없는 기술 및 제품 혁신과 국내시장에만 안주하지 않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려는 글로벌화 노력이 시급하다. 곽정수 선임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대학로 7일부터 ‘개판’입니다
도요타, 가격공세…“모든 모델 할인합니다”
20대 여신도 성추행한 노스님
취업 위해 친구와 ‘가짜 결혼’까지
원작과 비슷합니다만…‘직장의 신’ vs ‘파격의 품격’ 비교해보니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