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청소기 출시 7년…영역침범 논란
LG 2년간 30만대 판매…삼성도 가세
먼저 출시 중기제품과 모양·기능 비슷
“독일선 대기업 사업영역 감시” 비판
서울교육청도 벤처아이디어 도용논란
LG 2년간 30만대 판매…삼성도 가세
먼저 출시 중기제품과 모양·기능 비슷
“독일선 대기업 사업영역 감시” 비판
서울교육청도 벤처아이디어 도용논란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침구의 먼지, 세균, 진드기를 제거해주는 기능의 침구 살균청소기 판매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엘지(LG)전자가 2011년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삼성전자도 뛰어들면서 침구청소기 분야에서 대기업간 경쟁이 본격화했다. 침구청소기의 국내 수요는 최근 연 70만~80만대로 늘어나고 있지만, 1000억원도 안 되는 시장이다. 침구청소기는 자동차부품을 만들어오던 중소기업 부강샘스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수년간 개발 끝에 2007년 세계 최초로 ‘레이캅’이란 제품을 출시하면서 비로소 만들어진 틈새시장이다.
침구청소기는 글로벌 가전업체들의 안방인 국내에서 보기 드문 중소기업의 개척 성공 사례다. 중소기업청은 최근 수출 500만달러 이상의 중소기업 중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대상 102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세계 25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올해 수출 비중 50%를 목표로 내건 부강샘스도 포함됐다.
현재의 딜러 위탁판매 방식을 직영 체제로 바꾸기 위해 미국 출장 중인 이성진 부강샘스 사장에게 16일 전화를 걸어보니 “삼성전자가 출시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출시됐냐”고 되물었다. 이 사장은 “제품을 보지 못해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자유시장경제이니 경쟁은 자유라고 본다”면서도 “2년 전 내놓은 엘지 제품에서 기술적 혁신을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우리는 아무것도 없던 7년 전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어렵게 개척해왔다. 대기업이 들어와 잘할 수 있는 영역도 있지 않겠냐. 확실히 광고와 마케팅은 뛰어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사장은 의사 출신으로 아토피와 알레르기 질환을 없애기 위해서 원인인 집먼지진드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아이디어와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을 출시했다. 글로벌 1위 유지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중소기업 제품이 출시된 지 7년 됐지만, 나중에 나온 대기업의 침구청소기도 겉모양과 기능이 대동소이하다. 휴대하기 편리한 형태로 만들어 침구를 빠르게 두들겨서 먼지와 진드기를 발생시켜 흡입한 뒤 자외선으로 살균하는 게 주된 기능이다. 지저분한 바닥을 청소하던 진공청소기를 침구에 접촉시키기 어려운 점도 침구 전용 청소기 개발의 배경이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가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소형가전 라인업이 빈약하다.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가전 명품 브랜드로 입지를 넓힐 필요가 있다”며 “2년간 30만대를 판매했으며 지난해부터 중국·중동 시장에 수출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쪽은 “국내 침구청소기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도 다양한 제품군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청소기 사업 분야에 항균 등 다양한 첨단 기능을 탑재해 프리미엄 위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다산네트웍스 대표)은 “국내에선 대기업이 중소기업 인수 대신 우리가 비슷한 걸 만들면 된다는 문화가 있다. 독일 지멘스의 경우, 발주를 할 때도 협력업체로 인해 대기업의 적정한 사업영역이 아닌 분야를 침범하는지를 철저하게 감시한다”고 말했다.
침구청소기 시장은 중소기업 영역 침투의 일례일 뿐이다. 최근엔 대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에서 벤처 아이디어를 도용한 사례가 논란을 낳기도 했다. 지난 10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전 한국과학기술원 문지캠퍼스를 방문해 벤처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였다.
간담회에서 정인모(22·카이스트 재학)씨는 현 부총리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도용당한 사례를 호소했다. 정씨는 2011년 아이엠컴퍼니를 창업하고 지난해 학부모들이 스마트폰으로 자녀의 가정통신문과 알림장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정씨는 “학교정보 플랫폼으로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 5월 서울시교육청과 경남도교육청을 찾아 시연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7개월 뒤 서울시교육청이 외주업체를 통해 똑같은 기능의 앱을 만들어 모든 학교에 뿌렸다”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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