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행신동 케이티엑스(KTX) 고양 차량기지에 열차들이 점검 및 청소를 위해 정차돼 있다. 고양/김태형 기자
‘수서발 KTX’ 포함 새 노선
민간자본이 지분 49% 입찰경쟁
정부 지분까지 민간에 넘기면
철도 운영권 따낼 수 있어
적자 큰 코레일 고사 위기에
철도 공공성도 무너질 우려
민간자본이 지분 49% 입찰경쟁
정부 지분까지 민간에 넘기면
철도 운영권 따낼 수 있어
적자 큰 코레일 고사 위기에
철도 공공성도 무너질 우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철도 민영화(경쟁체제 도입)가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각 철도 권역(노선)별 민영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의 대상이었던 수서발 케이티엑스(KTX)를 비롯해 향후 신규 노선마다 지분 입찰 등을 통해 민간자본이 들어올 길을 열어준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안은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는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배치되는 것이다.
16일 국토부의 철도 민영화 민간자문단 위원들에 따르면, 정부는 수서발 케이티엑스를 포함해 신규 노선마다 코레일과 다른 별도의 철도 운영회사가 운영권을 놓고 다투게 하는 기본 방안을 확정했다.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경부·호남선을 포함해 원주~강릉, 소사~원시 등 이 무렵 개통하는 신설 노선 5개가 첫 대상이다.
코레일과 철도 운영권을 놓고 다툴 별도 회사는 수서발 케이티엑스에 도입하려 하는 민관 합작회사 방식의 선례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한겨레> 5월13일치 10면) 정부와 코레일이 정책금융 등을 통해 51%의 지분을 확보한 뒤, 나머지 49% 지분은 민간자본에 넘기는 것이다. 정부는 코레일의 지분을 30% 미만으로 제한한다는 입장이어서, 정부가 20% 남짓의 지분을 민간에 넘길 경우 손쉽게 철도 운영권이 민간에 넘어갈 수 있는 구조다.
정부가 권역별 철도운영회사를 지배하는 별도의 철도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를 통해 민간 참여 운영사에 대한 정부 통제와 공공성을 담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자문단의 한 위원은 “정부는 지주회사를 통해 컨트롤할 수 있다고 보지만, 사실상 권역별로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모두 민영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열차 중정비 자회사와 화물운송 자회사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열차 중정비 기술은 코레일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 회사가 철도 운영에 뛰어들면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철도지주회사 구성을 통해 이런 문제점도 일거에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러한 내용을 지난 14일 민간자문단에 설명했다. 국토부는 오는 23일 민간자문단 회의에서 의견 수렴을 마치고, 늦어도 5월말까지는 민영화 방안을 확정짓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민영화를 통해 서비스 경쟁이 벌어지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국민들은 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알짜 노선’인 수서발 케이티엑스를 민간에 넘긴다면, 코레일은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코레일이 흑자를 내는 노선은 서울발 경부선이 유일하다. 정부가 지급하는 철도 공공서비스(PSO) 보상금과 서울발 경부선의 흑자분으로 나머지 모든 선로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방안이 철도 공공성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주효진 꽃동네대 교수(행정학)는 “공공성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국토부의 구상은 위험한 것이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 동의 없는 민영화는 공공성의 후퇴라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도 비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철도 민영화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2월 새누리당이 철도노조에 보낸 정책회신 공문을 보면 “박근혜 후보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를 절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 기간망인 철도는 가스·공항·항만 등과 함께 민영화 추진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파기하고 철도를 송두리째 민간에 넘기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를 밀실에서 처리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분명히 국민의 동의 없는 민영화는 없다고 못박아 말했다”며 “국토부 안은 장기적인 계획이지만, 민영화로 가는 의도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공약 파기이며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 대안을 내놓고 어느 것이 좋은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아직 국토부 안이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민영화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현웅 석진환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