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2000명 감소’ 대 ‘7만5000명 증가’
누구 말이 옳은 걸까? 중앙정부인 통계청과 지방정부인 경기도가 숫자 하나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이례적인 이 ‘싸움’의 발단은 통계청이 매달 실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경활)였다. 이 조사에서 경기도의 취업자 수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넉달 동안 7만2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경기도는 발끈했다. 경기도는 3일 보도자료를 내 고용통계의 오류를 즉각 시정하라고 통계청에 요구했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는 여러 측면에서 ‘의외’였다.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가 우리나라를 덮쳤을 때보다 올해 초 취업자(일자리) 감소 폭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또 당시 소폭의 취업자 감소를 빼면 2000년 이후 경기도의 일자리가 꾸준히 증가해온 추세와도 맞지 않았다. 대규모의 공장 이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도의 싱크탱크인 경기개발연구원에 맡겨 그 원인을 찾던 경기도는 뜻밖의 곳에서 ‘답’을 찾아냈다. 김을식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5년 인구센서스에 의한 경기도 인구가 과다 추계돼 왔던 것을 2010년 센서스를 바탕으로 2012년 1월 경활조사부터 축소 보정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그 전후로 인구의 모집단이 다른데도 이를 무시한 채 전년도에 견줘 취업자 수가 증감했는지를 따지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경활은 전국 3만2000가구를 표본조사한 뒤 각 지자체 인구를 참작해 해당 지역 일자리 증감을 구한다. 따라서 경기도 추계 인구수가 크게 줄면서 덩달아 취업자 수도 큰 폭으로 감소했던 것이다. 대신 ‘풍선효과’처럼 다른 지자체의 추계 인구수와 취업자 수가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가 이렇게 민감하게 나선 까닭은 도정의 제1 목표가 일자리 창출인데, 큰 폭의 취업자 수 감소는 도정의 실패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음 도지사 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뜨거운 소재다. 통계청의 통계대로라면, 경기도는 취업자를 늘리기 위해 수천억원의 일자리 예산을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9만개(경활 기준)의 새 일자리를 만드는 데도 4631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경기도가 주민등록통계 등의 방법을 활용해 취업자 수를 다시 계산했더니, 문제가 됐던 기간에 되레 약 7만5000명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주민등록통계는 국민 누구나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는 행정 절차를 바탕으로 한 통계인 반면에 경활은 조사 통계인 인구센서스를 바탕으로 매년 인구가 어떻게 변할 것이란 추계를 활용한다. 경기도와 통계청의 취업자 수 차이는 14만7000명에 이른다. 지난달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수가 전년도에 견줘 26만5000명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두 기관의 취업자 수 차이는 아주 큰 편이다. 경기도의 시정 요구에 통계청은 곧바로 반박했다. 경기도의 재계산 방식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었다.
<한겨레>는 국내 최고의 인구통계 전문가에게 양쪽의 자료를 보내 분석을 요청했다. 대학교수인 그는 “통계청이 인구센서스 자료를 경활에 잘못 활용해 오류가 빚어졌다”며 경기도의 손을 들어줬다.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도 “2005년과 2010년 인구센서스의 표본 틀(샘플 프레임)이 다른데도 통계청이 (2010년 센서스를 적용한) 2012년의 경활을 (2005년 센서스를 적용한) 2010년에 비교하는 것은 오류다”고 말했다.
어느 쪽의 통계가 맞느냐에 따라서 수천억원에 이를 정책의 향방이 결정되겠지만, 이후 양쪽은 침묵하고 있다. 최창호 경기도 일자리정책팀장은 “안 고쳐준다면 지방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지자체와 통계청의 ‘싸움’은 중앙정부 중심의 통계권력 지형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김을식 연구위원은 “중앙 차원에서 데이터값만 맞으면 된다는 사고가 지배하고 있다. 지역 통계의 중요성은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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