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부터 냅킨까지 디자인컨설팅
“디자인으로 보험회사에서 나설 수 있는 다른 일이 있지 않을까?”
최경아 삼성화재 디자인실장은 영세 창업자를 위한 ‘디자인 기부’를 떠올렸다. 디자인실은 보험상품 안내장을 제작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는 일을 한다. 삼성화재는 1년 전 손해보험업계에서 유일하게 디자인실을 따로 꾸린 바 있다. “경쟁에서 밀린 동네 빵집이며 분식점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안타까웠어요. 대기업 프랜차이즈보다 경쟁력이 약한 디자인 측면에서 힘을 보탤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죠.”
21일 문을 여는 서울 교대의 한 빵집은 삼성화재 디자인실 디자이너들이 직접 간판과 광고전단 디자인은 물론, 전반적인 디자인 컨설팅 작업을 했다. 4월 한달간 삼성화재 페이스북 ‘꿈을 찾는 사람들’에서 공모를 진행했고, 전속 보험설계사들의 서류 추천도 받았다. 미소금융재단 추천까지 합쳐 80여건 가운데 3건을 추려, 사내 디자인실에서 디자인 컨설팅은 물론 광고판·명함·냅킨·포장재 등 130만원 상당의 소모품을 함께 지원했다. 한달간 디자인 컨설팅 작업을 유료로 진행하면 대략 500만원 정도의 컨설팅비가 든다.
처음에는 사내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보수적인 보험업계에선 전례가 없는 일인 탓이다. ‘품은 많이 들면서, 뒷말도 많이 나올 법하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최 실장이 밀어붙인 끝에 지난 4월 시범적으로 3명의 창업자를 선정해 지난달부터 작업에 들어갔다. 업무 특성을 살려 광고, 메뉴판, 냅킨, 포장재, 입간판 등의 인쇄물 위주로 소소하지만 감각적이고 일관적인 소품들을 직접 제작했다. 세 팀원 모두 기혼 여성인 점이 많은 도움이 됐다. 삼성화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해당 업장의 홍보도 해준다. 최 팀장은 “앞으로는 사내에서 창업 이름 공모 대회를 개최하는 등의 공감대를 더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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