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철도 구조개편 계획 발표
코레일 지주사·자회사 체제 전환
자회사 설립해 수서발 KTX 맡겨 민간에 지분 매각 않겠다지만…
“KT·인천공항 민영화 추진과 비슷” 알짜 고속철도 내주고 임대료받아
코레일 재무건전성 개선될지 의문
새로 설립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자회사가 2015년 개통예정인 수서발 케이티엑스(KTX)를 운영하게 된다. 이 회사의 경영은 코레일이 맡지만 연기금 등 공적자금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4년부터 코레일을 ‘지주회사+자회사’ 체제로 바꿔 여객 운송 기능만 남기고 물류, 차량 정비 등은 부문별 자회사로 2017년까지 분리하고 일부 적자 노선은 민간 사업자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런 철도 구조개편 계획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 철도공사노조 등은 ‘철도 민영화’로 나아가기 위한 수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6일 철도산업위원회 심의를 거쳐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여형구 국토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철도산업 경쟁력 강화와 국민 편익 증대를 고려해 효율성과 공공성을 조화시킨 방안을 마련했다. 다음달부터 코레일과 합동으로 추진단을 꾸려 실행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수서발 케이티엑스 노선을 운영할 자회사에 코레일이 30% 수준을 출자하고 경영권을 확보하도록 했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무산되면서 자본이 급감하고 부채비율이 400% 이상을 넘어가며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는 코레일의 재무여건을 감안한 조처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나머지 70%는 연기금 등 공적자금으로 지원하게 된다. 철도노조와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하는 공적자금 지분의 민간매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민간매각 제한에 동의하는 자금만을 유치하고, 투자약정 및 정관에도 이를 명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코레일은 간선 노선 중심으로 여객운송사업을 영위하면서 지주회사 기능을 겸하도록 했다. 철도물류, 철도차량관리, 철도시설유지보수 등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거나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분야는 2017년까지 점진적으로 자회사로 전환해 적자 감축과 비용절감 등 경영 효율화를 꾀하기로 했다. 이들 자회사의 지분은 코레일이 100% 소유하게 된다.
이번 정부 방안은 형식적으로는 철도산업에 공기업간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게 핵심이지만, 실제로는 민영화를 위한 포석에 가깝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국토부는 재무적 투자자 지분의 민간 이전을 금지하겠다고 했지만, 투자자가 수익을 위해 지분을 매각하려는 재산권 행사를 언제까지나 막을 명분은 약하기 때문이다. 이영수 부경대 교수(경제학)는 “실제 이전 케이티(KT)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민영화 추진 과정을 보면, 알짜 사업부문을 별도 회사로 분리한 뒤 지분을 넘기는 방식이 수없이 활용됐다. 그간 철도 민영화를 위해 수없이 꼼수를 부렸던 국토부가, 민간 지분 이전을 않겠다는 한마디로 민영화를 포기했다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적자 예상 철도노선에는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전면 허용한 것도 논란거리다. 국토부는 부전~울산, 소사~원시, 성남~여주 등 건설중인 노선은 코레일과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입찰에 부쳐 정부 보조금을 적게 받는 운영자에게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국토부가 경쟁체제 도입으로 기대하는 코레일의 재무건전성 개선 효과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새 운영 회사가 70% 지분을 가질 재무적 투자자에 일정 수준(5~6%) 이상의 수익을 안기고, 철도시설공단에는 한해 5000억원 상당의 선로이용료를 납부하고, 그래도 이득이 남아야 코레일의 적자 감소에 기여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수익을 내는 알짜 고속철도 열차 운행을 포기하고, 차량 임대료와 정비 수입을 받아 챙기라는 게 어떻게 코레일에 대한 혜택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결정 과정도 입길에 올라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소수의 관료와 친정부 성향의 전문가 몇 명이 밀실에서 단기간에 걸쳐 졸속으로 이번 방안을 마련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민주당의 박수현 의원은 “국토교통위 소위 등 국회를 통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철도산업 장기비전’을 마련하고 그 토대위에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순철 사무총장도 “경쟁이 독점보다 효율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한국 철도처럼 시장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오히려 복수 사업자가 모두 부실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종훈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자회사 설립해 수서발 KTX 맡겨 민간에 지분 매각 않겠다지만…
“KT·인천공항 민영화 추진과 비슷” 알짜 고속철도 내주고 임대료받아
코레일 재무건전성 개선될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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