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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부 부담 줄이기에만 급급…철도민영화에 국민은 없다

등록 2013-07-01 20:38수정 2013-12-17 09:11

케이티엑스(KTX) 기장과 열차팀장 등 승무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 광장에 모여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운영사로의 전직 거부와 철도 민영화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케이티엑스(KTX) 기장과 열차팀장 등 승무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 광장에 모여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운영사로의 전직 거부와 철도 민영화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요금 내려가나
연 5천억 규모 선로사용료 등
신규사업자 떠안을 부담 많아
요금 단계적 인상 불보듯 뻔해

공공성은 어디에
벽지노선 지자체에 떠맡기고
신규노선 4개 민간에 넘길 땐
수익보장 등 ‘당근’ 줄 가능성

이대로 가나
철도산업 개편 ‘장관 결재’ 남아
입법 않고 행정조치 ‘위법’ 논란
야당 “국회서 재논의” 저지방침

국토교통부가 수서발 케이티엑스(KTX)를 운영하는 코레일의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철도 민영화(경쟁체제) 방안을 확정 발표한 것은 지난달 26일이었다. 2014년부터 코레일을 ‘지주회사+자회사’ 체제로 바꿔 현재 운용하는 여객 운송 기능만 남기고, 물류·차량정비 등은 수서발 케이티엑스 운영과 함께 부문별 자회사 체제로 변경한다는 내용이다. 또 일부 적자 노선은 민간 사업자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개방키로 했다.

■ 철도산업구조개편 코레일 재정건전성에 도움될까? 국토부의 철도산업구조개편은 일종의 ‘수술’로 받아들여진다. 김경욱 국토부 철도국장은 “코레일의 자본금은 3조원 남짓에 불과한데, 매해 수천억원씩 적자가 쌓이고 있다. 용산 재개발 사업도 물건너간 상황이기 때문에 이대로 방치할 경우 자본잠식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토부는 코레일이 운용하는 여객·화물·차량정비 등을 별도 자회사에 맡겨 회계를 분리한다. 선단식 경영으로는 ‘적자 메우기’에 급급해 개혁 작업에 나서기 어렵다는 이유다.

대신 국토부는 신규 사업자를 통해 코레일에 수익을 보전해주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새로 만들어질 운영 회사의 차량 중정비는 차량정비 자회사의 매출로 연결된다. 또 코레일이 운용하고 있는 고속열차 가운데 일부를 대여해 임대료 수익도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코레일이 소유하고 있는 철도역사를 사용하면서 낼 수수료 역시 코레일의 수익으로 돌아간다. 국토부는 이같은 ‘부수익’을 통해 코레일 재정건전성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국토부 계획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먼저 코레일이 ‘충격 요법’을 받아야할 정도로 방만 경영을 해왔다는데 대해 동의하는 이들이 드물다. 코레일은 지난 7~8년 동안 인력을 20% 가까이 감축하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2011년 기준 코레일이 산출한 직원 1인당 연간 운행거리는 4400㎞에 달해, 독일의 철도공사(3800㎞)보다 길었다.

매해 적자를 내고 있는 새마을·무궁화 등 일반노선과 화물운송 분야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회계 분리를 계기로 각 자회사가 영업을 잘하면 된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소의 박흥수 객원연구위원은 “현재 철도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코레일의 방만 경영 탓인지 전체 구조의 문제인지는 충분한 검토와 공개적인 검증 과정을 통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 고속철도 요금이 내려간다고? 이명박 정부 시절, 국토부는 급격한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다 역풍을 맞았다. 당시 철도 민영화로 철도요금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국토부는 ‘수서발 케이티엑스 요금 10% 인하’ 카드를 내밀었다.

당장 요금 인하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수서발 케이티엑스는 상당기간 동안 매해 수천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권 복판에서 출발하는 신규 노선은 동탄 신도시 등 소득수준이 높은 신도시 지역을 독점 운행하기 때문에, 신규 수요 창출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국토부가 너무나 많은 숙제를 신규 사업자에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신규 사업자는 호남선 고속철도 건설 비용 가운데 상당액을 감당해야 한다. 현재 코레일이 해마다 3000억원 남짓 선로사용료를 부담하고 있는데, 신규 사업자는 매해 5000억원 정도를 선로사용료로 부담해야 한다. 또 민간자본 대신 끌어들일 국민연금기금 등 공적 자본에 5~6% 정도 적정 이윤은 보장해야 한다. 신규 사업자가 이런 막대한 부담을 감당할 만한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철도요금은 단계적인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공운수정책연구원의 이영수 박사는 “국토부는 지분 이전을 제한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데, 정작 국토부는 연기금의 운영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국토부 장담과 달리 민간 사업자가 신규 노선에 뛰어들게 되면 철도요금을 올리리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 철도 공공성은 어디에? 국토부가 민간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시장을 공개하겠다는 ‘제3섹터 노선’은 철도 공공성 침해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는 벽지 노선 운영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코레일에 매년 2000억~3000억원의 공익서비스보상(PSO)을 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부담이 가중되자, 공익서비스보상의 대상인 8개 노선을 민간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익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민간 사업자가 벽지 노선에 뛰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국토부는 이들 노선의 운영 책임을 해당 지자체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앞서 공익서비스보상 부담을 보건복지부에 넘기려는 계획을 2013년 업무보고에 포함시켰다가 부처간 갈등을 빚은 바도 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국토부는 공익서비스보상에 대해 코레일을 수없이 압박해 왔다”며 “결국 적자노선 운영 부담을 ‘폭탄 돌리기’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사(경기 부천)-원시(경기 안산)’, ‘강릉-원주’ 등 민간 사업자에 공개하겠다는 4개 신규 노선의 앞날도 불투명하다. 민간 사업자에게 수익성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하기 때문에, 최소운영수익보장·철도요금 상한제 폐지 등 선물을 안길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가 코레일의 새 수익원으로 꼽고 있는 열차 임대와 차량 중정비 역시 새 운영 회사의 편의를 봐준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서울발 케이티엑스는 수익을 내고 있는데 열차 운행을 포기하고 신규 사업자에 차량을 임대하는게 어떻게 코레일에 대한 혜택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철도민영화 이렇게 갈 수밖에 없나? 국토부는 지난 26일 철도산업위원회 심의를 통해 철도 민영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제 철도산업 개편은 국토부 장관 결재만 거치면 완결된다.

참여연대, 경실련, 와이엠시에이(YMCA) 등 시민단체들은 국토부의 철도 민영화 방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들 3개 단체는 지난 23일 성명을 내어, “철도발전전략을 내놓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며 “국민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무리한 민영화 추진에 대해서는 전국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위법성 논란도 일고 있다. 국토부가 신규 사업자 도입의 근거로 삼고 있는 철도사업법 제5조의 ‘면허 조항’은 민간투자 건설 철로에 대한 운영권 부여 조항으로, 기존 노선을 80% 이상 이용하는 신규 사업자에게는 적용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영수 박사는 “입법 취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국회는 법개정 논의를 피하고, 행정 조치만으로 운영권을 넘기려 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은 국토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상임위를 통해 국토부의 민영화 방안을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박수현 의원은 “밀실 논의로 추진된 국토부의 철도 민영화에 동의할 수 없다”며 “국회 국토교통위에 소위를 구성해 시민단체, 정부, 전문가가 함께 철도발전방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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