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가맹점에게 카드 수수료를 지나치게 깎아줄 수 없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7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항공·유통 등 일부 대기업의 ‘버티기’가 이어지고 있다.
10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대형마트·통신사 등 대형 가맹점 16곳에서 수수료율 인상을 두고 ‘힘겨루기’가 진행중이다.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은 인상율이 지나치게 높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가운데 항공사와 수수료 협상을 마무리한 곳은 하나에스케이(SK)카드가 유일하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가맹점 수수료 협상을 마무리한 곳도 삼성카드 한 곳뿐이다. 이처럼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대형가맹점은 282곳 중 16곳으로 5.6% 정도이지만, 대형마트·통신사 등 소비자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큰 분야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여전법을 개정해, 연매출 2억원 미만인 중소가맹점에게는 가장 낮은 1.5%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대신, 연매출 1000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은 2%대의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대형가맹점들이 고객 수가 많다는 이유로 영세가맹점보다도 낮은 수수료를 내던 체계를 뜯어고친 것이다. 법 개정에 따라 전체적으로는 영세가맹점 200만곳이 수수료율 인하 효과를 봤다. 카드사들은 “영세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한 대신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으로 메우는 구조인데, 대형가맹점과의 인상 협상이 지지부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대형가맹점들은 여론을 살펴 가맹점 해지를 선언하지는 않고 있지만, 인상된 수수료를 한번에 내기는 어렵다며 순차적인 인상 혹은 수수료율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고객 수가 많은 대형 가맹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처지여서, 한두달이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던 협상이 길어진 것이다.
대형가맹점과 카드사간 힘겨루기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불편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엔 홈플러스가 롯데카드와의 협상에서 갈등을 빚으면서 7월부터 가맹점 해지를 통보했다가 반발 여론에 밀려 일단 8월로 해지를 유보한 상태다. 올 초 대형가맹점의 상시 무이자할부 행사 비용 분담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대부분 대형가맹점이 무이자할부 행사를 중단한 바 있다. 통신사들은 상반기에 카드 요금 납부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다시 재개했지만, 자동이체 신규 신청은 막는 식으로 카드사들을 우회 압박하고 있다.
정유경 기자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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