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카드 3개월 이상 사용하지 않고 계셔서 전화드렸어요. 소지하고는 계시죠? 무료로 3개월간 개인정보보호 문자알림 서비스를 이용해보시겠어요? (거절하자) 그러면 이번달 안에 5만원 이상 사용하시면 1만원은 대금 청구시 책임지고 할인해 드릴테니 꼭 사용하세요~”
금융당국이 대대적인 ‘장롱카드’ 단속을 벌여도 실효성이 없는 까닭이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휴면카드 정책 추진 경과 및 관리 방안’을 발표한 11일, 기자의 전화에 ㅅ카드사의 전화가 걸려왔다. 당국이 휴면카드의 경우 카드사가 회원에게 ‘통보’한 뒤에도 3개월간 사용 내역이 없으면 카드를 없애도록 하는 조항을 만들었지만, 이 ‘통보’가 오히려 카드사의 전화 마케팅에 역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초 신용카드 시장 구조개선 차원에서 휴면카드를 일제 정리에 나서, 올해 4월엔 ‘휴면카드 자동 해지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각 카드사가 계약유지 여부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회원에게 휴면카드 발생을 ‘통보’한 건수는 1156만 건이지만, 휴면카드 수는 15만장 줄어드는 데 그쳤다. 법인카드의 경우는 오히려 23만장이 늘어났다. 휴면카드 통보 전화가 사실상 카드사들의 ‘해지 방어’로 이용되는 까닭이다. 사용하지 않는 카드에 부가서비스를 권하는 것도, 단속 규정 중 ‘고속도로 통행료 지불 등의 부가 기능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 휴면카드 자동해지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된 점을 노린 것이다. 때문에 휴면카드 수는 아직도 2372만개(6월)로 지난해 말 2375만개와 큰 차이 없이 정체중이다. 전체 신용카드에 대비해 휴면카드의 비중은 20.4%로, 시중의 카드 5장 중 1장이 장롱에 처박아 둔 ‘장롱 카드’인 셈이다.
금감원은 “카드사들이 휴면카드회원을 잠재 고객군으로 향후 매출 창출이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어 정리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며 “카드해지를 회피하기 위한 경제적 이익 제공 등 카드사의 과도한 유인행위를 금지토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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