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l 시퀘스터
요즘 미국 연방정부 기능의 잠정폐쇄(셧다운)로 ‘시퀘스터’(재정지출 자동삭감)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시퀘스터의 사전적 의미는 ‘격리하다, 감축하다’는 것인데, 쉽게 말하면 미 연방정부의 지출을 강제로 억제하는 제도입니다. 연방정부가 한 회계연도에 쓸 수 있는 돈을 초과해서 썼을 경우, 예산이 자동으로 삭감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시퀘스터를 피하려면 연방정부는 의회와 추가로 돈을 더 써도 된다는 합의, 즉 부채 한도를 높여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은 언제, 왜 만든 걸까요? 처음 도입된 건 1985년입니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와 군비 확대로 미국은 쌍둥이 적자에 시달렸습니다. 나라 안(재정)과 밖(무역)에서 모두 큰 폭의 적자가 이어진 것이죠.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 미 의회는 연방정부가 질 수 있는 부채 한도를 정하고, 이를 넘기면 예산을 줄여버리는 ‘균형예산 및 긴급적자 통제법’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1986년부터 매년 적자 규모를 줄여 1991년에는 균형 예산을 맞추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재정적자가 또다시 커지게 됩니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 지출을 크게 늘린 때문이죠. 미 의회는 2011년 다시 ‘예산조정 법안’을 내놓게 됩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최소한 1조5000억달러 이상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만들기로 했고, 만약 감축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2013년 1월부터 연간 1100억달러씩 10년간 총 1조2000억달러의 연방정부 지출을 자동 삭감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부자 증세를, 공화당은 세출 축소를 주장하며 맞서는 바람에 감축안에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2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올 3월 처음으로 시퀘스터가 발동됐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회계연도 예산(2012년 10월~2013년 9월)에서 총 850억달러(국방예산 460억달러 포함)가 자동삭감됐습니다. 정부 행정 서비스 인력이 줄면서 출입국 시간이 두배 이상 늘어나는 등 적잖은 불편이 뒤따랐습니다.
이에 오바마 정부는 부채한도 상향조정을 줄기차게 의회에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공화당은 빈곤층 건강보험을 확대한 ‘오바마 케어’를 축소하지 않는 한 부채 상한도 올려 줄 수 없다고 버틴 것입니다. 결국 2014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1일부터 연방정부가 아예 돈을 쓰지 못하게 돼 공공서비스 기능이 잠정 중단된 것입니다. 워싱턴 관광객들이 언제 다시 박물관을 구경할 수 있느냐는, 미 의회의 부채한도 협상에 달려 있는 셈이죠.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