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면책기간 3년 연장안 추진하다
“세계 표준 2년, 자살예방은 부차적”
예상 다른 연구보고에 두달째 감춰
김영주 의원 “당국이 업계 이익 대변”
“세계 표준 2년, 자살예방은 부차적”
예상 다른 연구보고에 두달째 감춰
김영주 의원 “당국이 업계 이익 대변”
생명보험의 ‘자살면책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해 온 금융당국이 표준약관 개정 근거를 대기 위해 의뢰한 연구용역에서 “세계적으로 입법 표준은 2년이며, 자살예방효과도 부차적”이라는 의외의 결과를 받아들고 머쓱한 상황에 몰렸다. 자살면책기간은 사망을 담보로 한 생명보험 가입 뒤 일정 기간 내에 자살할 경우 보험사가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기간을 말한다. 이 연구용역 보고서는 지난 7월31일 완성되었으나, 두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자살면책기간 연장에 대한 연구를 동국대 법학과와 통계학과에 의뢰했다. 연구용역 결과에 근거해 금감원 소관인 보험표준약관을 손보는 형태로 자살면책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목표였다. 면책기간 연장은 생명보험업계가 당국을 설득해 온 숙원사업이다. 생보사가 자살한 보험가입자의 유족에게 준 보험금은 2008년 916억원에서 2009년 1379억원, 2010년 1563억원, 2011년 1719억원, 지난해엔 1733억원까지 늘어났다. 업계는 “지난해 보험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면책기간 2년을 채운 3~4년차에 자살률이 더 높아진다. 자살 방지 차원에서도 일본이나 여러 나라들처럼 3년으로 늘리거나, 아예 자살한 경우 보험금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겨레>가 김영주(민주당)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생명보험 자살면책기간의 평가와 개선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기대와 달리 미국, 영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등 다수가 1~2년의 면책 기간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3년으로 면책기간을 연장한 새 보험법에서 유족 보호 조항을 다수 도입했다. 보고서는 “정책 결정 초점은 자살에 대한 대책보다는 유족 보호의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자살 부책(책임부과)의 경우는 (보험사와 가입자) 당사자간 신의 원칙 위반의 문제이며, 자살 예방 효과는 부차적인 것인데 당국이 지나치게 자살 예방 목표에 경도돼 있다”는 결론을 내놨다. 자살률 통계는 보험사가 보험료를 산정할 때 참고할 일이며, 감독당국이 과도하게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런 결론에 금융당국은 당혹해하고 있다. 올초부터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면책기간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표준 약관을 손보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해당 연구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엔 금융위원회가 면책기간 연장을 추진하며 비공개 공청회를 열었다가 “면책기간과 자살률 간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학계·소비자단체의 반발에 무산됐던 바 있다. 충동적이거나 심리적 병고로 인한 자살의 경우, 오히려 유가족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김영주 의원은 “금융감독원 등 정부 당국이 정작 자살예방사업에는 소홀하면서 업계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며 “유족보호기능 정책은 고려하지 않고, 보험금 지급을 줄여 보험업계의 이익 창출에 앞장서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현재 정부의 자살예방사업엔 32억원(2013년 기준)의 예산이 책정되었으며, 보험업계는 자살예방사업에 9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자살예방사업에 3000억원대의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정유경 기자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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