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려지는 SOC 수요예측]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서 약간의 설계변경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원래 계획보다 공사비를 절반 이상 늘리는 식의 변경은 곤란하다. 사업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태백의 오투리조트에서 벌어진 일이 딱 그랬다.
2004년 발주 당시 오투리조트의 총 공사 금액은 2882억원이었다. 그러나 2010년 태백시가 집계한 공사 금액은 4130억여원에 이른다. 원래 계획보다 무려 1250억원, 50% 가까이 늘어났다.
오투리조트의 설계 변경은 네 단계에 걸쳐 총 63차례 이뤄졌다. 변경 내용을 보면, 스키장 녹화사업부터 조명탑, 주방의 핫플레이트, 객실 키시스템 변경 등 다양하다. 주로 ‘타 리조트에 견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설을 고급화해야 한다’고 변경 이유를 댔다.
이렇게 수십차례 설계를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리조트 시설은 부실하다는 평이 많다. 4000억원 넘게 공사비를 들였지만 현재 가치는 1500억원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부적절한 설계변경이나 하자로 인한 피해액만 무려 3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지난해 태백시 조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전명재 오투리조트 노조위원장은 “설계변경이 수십차례 이뤄지면서 공사비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민간에서 공사를 진행했다면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밋빛 전망을 근거로 한 부실한 수요예측은 건설 과정에서 무분별한 설계변경으로 이어진다. 결국 경제성 없는 사업이 잉태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오투리조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2008년 이민재 충남대 교수 등이 발표한 ‘공공건설공사 설계변경에 따른 손실 추정에 관한 기초연구’를 보면, 조사 대상 공사(1433건)의 83%가 공사 중 설계를 변경했고, 설계 변경 1건당 평균 공사비가 15억9000만원 늘어났다. 100억원 이상 공공공사의 평균 설계 변경 횟수는 4.85차례였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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