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자율성과 책임 강화’ 지적
“사업 따내려 일단 부풀려서 가는 거야.”(강현수 중부대 교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과다 수요예측의 구조적 원인 가운데 하나가 중앙집중식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다. 강 교수는 이어 “지방분권이 완벽하게 돼 있는 상황에서 주어진 돈이 100원이면 100원을 가장 알뜰하게 쓰겠지. 그런데 중앙정부 예산을 놓고 각 지역에서 서로 확보 경쟁을 하는 구조 속에서는 수요 및 비용 예측의 왜곡·조작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비도덕적인 행위도 합리화된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지방자치단체의 전체 사회간접자본 예산(당초 예산, 순계 기준) 27조6801억원 가운데 중앙정부와 매칭(결부)해 추진하는 보조사업은 9조5493억원(35%)에 이른다. 보조사업은 지자체가 가능한 많이 중앙의 예산을 자기 지역으로 가져오려는 과정의 산물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수요와 편익은 늘리고 비용은 축소하는 식으로 사회간접자본 사업의 타당성을 높여 중앙정부가 그 사업을 채택하도록 하려는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보조금을 공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에스오시 예산낭비의 가능성도 더 크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수요예측의 정확성과 지자체에 대한 재정 지원을 연계시키려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김강수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장은 ‘에스오시 투자의사결정 합리화 방안’이란 보고서에서 “지자체의 경우 건설비의 60%까지 중앙정부가 재정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앞으로 도시철도 교통량과 연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함으로써 교통수요 추정 결과와 재정지원 수준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종의 인센티브 연계 방식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예산낭비의 위험성을 중앙 정부에서 지방 정부로 이전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시 말해 지역에서 필요한 대형 공공사업을 중앙이 아닌 지방의 예산으로 시행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방이 처음부터 과다 예측으로 인한 예산낭비를 떠안도록 한다면, 수요예측 부풀리기의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
전북대 쌀·삶·문명 연구원의 이정섭 전임연구원은 “신공항, 신항만, 고속도로 등 수많은 에스오시가 해당 지역보다는 중앙의 논리에서 시작된 경우가 훨씬 많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지방분권, 지방의 자율성 확대, 상향식 개발, 주민참여와 풀뿌리 도시계획 등 어떠한 대안이 적합한지는 더 많이 고민해야 하지만, 최소한 지금처럼 중앙의 의사결정과 논리가 우선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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