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 투자피해자 보상금 마련 위해
오너 일가 등 보유주식 21% 매각
M&A 대어에 업계 지각변동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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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아이지(LIG)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엘아이지손해보험이 팔린다.
구자원 엘아이지 그룹 회장은 ‘엘아이지건설 기업어음(CP) 투자자 피해보상 자금 마련’을 위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엘아이지 손해보험의 주식 전량을 매각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엘아이지손보는 그룹 전체 매출 12조원 가운데 10조원을 차지하며, 자산 규모는 18조원에 달한다. 구자원 회장을 포함해 가족 등 특수관계인 16명이 보유한 엘아이지손보 주식 지분은 총 20.96%(1257만주)이며, 1대 주주는 구 회장의 장남인 구본상 부회장(6.78%)이다. 19일 종가 기준 3800억원대 규모이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5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그룹 쪽은 기대하고 있다.
이번 매각은 계열사였던 엘아이지건설이 부실화하며 사기성 회사채 발행으로 인한 소송 끝에 총 2100억원의 피해액 보상금을 피해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까닭에 이뤄졌다. 구 회장 등은 올 초 730억원 가량의 피해보상을 마쳤고, 나머지 보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엘아이지손보 매각으로 가닥을 잡았다.
구 회장은 발표 직전 임직원들에게 메세지를 보내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그룹의 모체기업만은 영원히 함께 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에, 이번 결정을 하기 전까지 망설이고 또 망설이는 깊은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며 “그러나 ‘투자자 피해보상’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신용이 생명과도 같은 엘아이지손해보험의 계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핵심계열사를 팔아가며 보상을 서두른 것은 구 회장과 구본상 부회장이 사기 혐의로 지난 9월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 8년형을 선고받은 데 대한 부담감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와 더불어 손보업계 ‘빅4’ 를 이루고 있는 엘아이지손보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손보업계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후발주자이자, 비은행권 부문 강화를 노리고 있는 엔에이치(NH)농협, 손보 계열사를 두고 있는 금융지주사인 롯데, 한화 등도 인수 후보군에 들어 있다. 이날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증권시장에서 엘아이지손보 주식 가격은 장중 한때 가격제한폭(15%)까지 오른 3만85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정유경 기자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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