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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보험 비교하기 참 어렵네요

등록 2013-12-24 20:09수정 2013-12-24 21:12

비교 공시 누리집 평가 참가자
‘가장 저렴한 보험’ 찾는 데 모두 실패
용어 어렵고 검색 기능 없는데다
보험사들 거부감도 부실에 한몫
보험 가입 전에 회사별로 보험료나 보장 조건 등을 비교할 수 있게 한 ‘비교공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비교공시 누리집 안의 분류가 복잡하고, 검색도 어려운 탓이다.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감독원은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누리집을 통해 보험상품 비교공시를 하고 있다.

보험 가입 때 가장 고민하는 것은 어떤 상품을 고를까이다. 임신부들에게 ‘필수 보험’으로 불리는 ‘태아보험’(어린이보험)의 경우, 검색창에 태아보험을 입력하면 ‘태아보험 비교’가 인기 연관검색어로 뜰 정도다. 어떤 보장이 차별적으로 가능한지, 어느 회사의 보험료가 싼지 묻는 질문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정작 비교공시 누리집에선 비교가 불가능하다. 분류체계에서 태아보험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데다 ‘태아보험’ 단어 검색 기능조차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장기보장성보험, 기타보험 등을 일일이 눌러가며 상품명을 보고 찾아내야 한다. 목적별 검색도 안 된다. ‘고액암 보장이 1000만원 되는 상품’이나 ‘자녀의 골절을 보장해주는 상품’ 같은 방식으로는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비교공시 누리집 체험 평가’ 결과 책자를 보면, 참가자 8명 전원이 비교공시 누리집에서 원하는 상품을 찾는 데 실패했다. “핵심질병(CI)보험 중 가장 보험료가 싼 보험을 선택하라”는 과제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먼저 비교공시 누리집 검색창에서 ‘CI보험’을 검색했지만, 아무 결과도 얻지 못했다. 정상적인 경로는 생명보험상품 비교→상품비교→항목별 비교 링크를 누른 뒤 ‘보종구분’은 보장성을, ‘구분상세A’로 CI보험을 선택한 뒤에 ‘보험료 지수’가 가장 낮은 상품을 찾으면 된다. 그러나 보종구분이 무슨 뜻인지, 보험료 지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찾기가 불가능하다.

‘회사별 비교’가 어려운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자가 직접 생·손보협회의 비교공시 누리집을 활용해본 결과, 일부 생보 상품은 먼저 회사부터 선택하게 돼 있어, 여러 회사를 통틀어 상품을 비교하기가 어려웠다. 쇼핑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검색 기능도 없어, 목록 중 한 상품을 선택했더라도 다음 상품과 연계해서 한 화면으로 비교할 수가 없다. 그나마 자동차보험은 차종·연령별 표준을 내서 대강 회사별로 얼마씩 보험료를 내게 되는지 비교할 수 있지만,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려면 자동차보험 갱신 30일 전 가입자만 공인 인증을 거쳐야 한다.

‘회사별 비교’에 대한 보험사들의 거부감도 유명무실한 비교공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근 한 보험판매법인(GA)은 비교공시 항목을 인용해 쉽게 풀어쓴 ‘비교안내 서비스’를 하겠다고 생보협회에 요청했으나 승인받지 못했다. 보험판매법인은 여러 회사의 보험을 함께 판다. 또다른 보험판매법인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보험상품을 추천하기보다는 보험사에서 받는 수수료가 비싼 상품을 골라줄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공시 정보를 활용하고 싶지만, 각 보험사들에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비교공시 항목은 수시로 수정되는데, 이전 자료를 가지고 법인이 영업을 하면 공신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회원사 입장에서도 (회사별 비교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주요 보험상품을 한곳에서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추진 계획을 발표해 어떤 변화가 생겨날지 주목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온라인 보험 시대가 열림에 따라 소비자들이 편하게 보험상품을 비교하고 고를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협회의 비교공시와 다르게 구체화할 것이며, 내년 한 해 동안 각 보험사와 협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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