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부채규모 451조
자영업 가계의 부채 문제는 가계부채 가운데서도 가장 취약한 부문이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에 따라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데다 내수경기 침체와 맞물려 언제든 가계부채 부실의 화약고를 터뜨릴 수 있는 뇌관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는 451조원(은행권 285조원, 비은행권 166조원)으로 추정된다. 자영업자는 사업 비용 때문에 임금 근로자보다 은행 등에서 돈을 많이 빌리는 경향이 있다.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 때문에 신용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누구보다 높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금융권 대출 규모는 1억1700만원으로 임금 근로자들(3800만원)의 3배다. 자영업자의 원리금상환부담비율(DSR)은 16.1%로, 임금근로자(11.7%)에 견줘 높다. 100만원을 벌면 16만원은 은행 대출 이자로 갚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리는 중복 대출도 증가세고, 비은행권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신용도 때문에 은행보다 금리가 비싼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비은행권 다중채무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2010년말 0.84%에서 2013년 3월말 1.34%로 0.5%포인트 상승했다. 부채의 양적·질적 측면 모두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자영업자는 약간 줄었으나,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매달 3만명 꼴로 증가세다. 연령대별 자영업자 대출 잔액 비중을 보면 50대가 가장 높다(37.3%). 50대 이상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보다 대출이 4배 이상 큰 비중이 43.9%로, 50대 미만(38.6%)에 견줘 5.3%포인트 높았다.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구조가 부동산 가격 하락에 취약하다는 점도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다. 대개 상가 등을 근거로 대출을 받는데,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경기에 민감하다. 불황으로 상가 가격이 떨어지면, 담보력이 취약해져 대출 연장 때 더 어려워진다. 한은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대출이 대개 부동산을 담보로 하고 있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타격을 입는데다, 음식숙박업·서비스업·부동산 임대 등 생산성이 낮은 영세 업종에 몰려있는 점도 부실화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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