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금융사의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태가 일어난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내 롯데카드센터가 신용카드를 재발급 받으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수수료 1000원 받았다가 항의 빗발치자 철회
“이미 수수료 낸 고객에게는 환불 해줄 방침”
“이미 수수료 낸 고객에게는 환불 해줄 방침”
21일 국민은행과 농협 영업점 창구와 롯데백화점에는 개인정보 유출로 카드를 재발급 받으려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점포에서는 고객에게 재발급 비용을 청구했다가 항의를 받고 부랴부랴 철회하는 등 큰 혼란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또 카드사들의 콜센터와 홈페이지는 연결이 되지 않아 고객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롯데카드는 21일 2시 현재 여전히 홈페이지 접속 장애를 빚고 있다. 어쩌다 접속이 되더라도, ‘정보 유출 조회 페이지’는 먹통이다. 국민카드는 본인 인증 서비스에 문제가 있어, 사실상 정보 유출 조회와 카드 해지가 어렵다.
실제로 국민카드 ‘정보 유출 조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휴대폰 본인 인증을 하려 하자 “휴대폰 인증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날 국민카드를 탈퇴하려 했다는 전아무개(34)씨는 “보안 프로그램을 잔뜩 깔고 겨우 인증을 마쳤는데도, 수시로 홈페이지가 멎어 결국 해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콜센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농협이 평소 콜센터 인원보다 100명을 증원하는 등 3개 카드사들이 20일부터 비상 대처에 나섰지만 통화량이 폭증해 연결이 어렵다. 카드 재발급을 받거나 해지하려는 사람들은 물론, 2차 피해 신고조차 접수하지 못하고 있어 더 큰 피해 발생마저 우려되고 있다.
콜센터 연결이 되지 않자 고객들은 영업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지만, 평소보다 대기 인원이 많고 창구의 대응도 미숙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 카드 재발급이나 해지를 요구하는 고객을 그냥 돌려보낸다는 항의도 빗발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농협 창구 직원이 유출된 정보는 2012년 것이고 지금까지 별 일이 없었으니 재발급할 필요가 없다며, 정 걱정되면 비밀번호만 바꾸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홈쇼핑이나 해외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카드번호와 유효기간만 알아도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재발급이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일부 국민은행 영업점에서는 “국민카드는 카드 유효기간 등이 유출되지 않아 해지할 필요가 없다”며 고객들을 돌려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이 재발급에 따른 비용을 줄이게 위해 재발급을 기피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카드 제작 원가는 1800원~2500원선이며, 인건비·전산망 비용 등을 합치면 5000원가량이 든다. 농협은 20일 영업점을 찾은 카드 재발급 고객에게 재발급 수수료로 1000원을 받았다가 반발이 일자 이날 오후 철회하기도 했다. 농협 관계자는 “이미 수수료를 낸 고객에게는 환불을 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2차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들의 민원도 쏟아지고 있다. 롯데카드의 한 고객은 일요일인 지난 18일 오전 9시13분쯤 2000엔(약 2만원)과 5000엔(약 5만원)이 결제됐다는 문자를 받았으나 통화량이 많아 연결이 어려운 사이 계속 결제 문자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롯데카드는 “구글에서 해킹을 당해 발생한 사건으로, 이번 카드 정보 유출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21일 낮 12시 기준으로, 3개 카드사의 재발급 신청 건수(17일 이후 누적)는 농협카드 33만건, 롯데카드 51만건으로 확인됐고, 국민카드는 현재 집계중에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KB국민·롯데·NH농협카드에 카드 재발급, 해지, 정지를 신청한 회원이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시내 국민은행 한 영업점이 관련 고객 등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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