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전표수거 위탁업체 선정 ‘시끌’
밴사 “특정업체에 이권 몰아줘” 반발
카드사도 협회 신규사업 확대 불만
“정보유출땐 손놓더니 사업만 늘려”
비용절감 적은데 담합논란 부담감
밴사 “특정업체에 이권 몰아줘” 반발
카드사도 협회 신규사업 확대 불만
“정보유출땐 손놓더니 사업만 늘려”
비용절감 적은데 담합논란 부담감
이달말 여신금융협회가 본격 시행 예정인 ‘카드전표공동수거사업’을 빌미로 업계와 여신협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수익원을 빼앗길 처지에 빠진 밴(VAN·부가가치통신망)사들은 반발하고 있고, 카드사들은 “카드사들이 어려운 요즘 시기에 협회가 이권 확대에만 관심이 있고 회원사 요구는 외면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여신협회는 이달 초 카드사들이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밴사에 위탁해 온 종이전표 수거 업무를 공동진행해 비용을 절약하겠다며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라는 업체를 공동위탁업체로 선정했다. 밴사는 카드사와 각 가맹점 간의 전산망을 중계하고 전표 수거 및 가맹점 관리를 대행하는 업체다.
밴사들은 가맹점에서 출력한 종이전표를 수거해 주는 대가로 카드사에게서 건당 3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지만,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는 건당 27원의 수수료를 받기로 해 3원 가량 저렴하다고 여신협회는 설명했다. “밴 수수료를 낮추면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력이 생겨,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도 이익”이라는 주장도 뒤따라 나온다. 가맹점 수수료에서 밴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8.3%다.
뒷말은 위탁업체 선정과정을 두고 나온다. “여신협회가 이전부터 복수의 사업권 관련 업체로 선정해 온 세 회사(한국신용카드네크워크, 큐테크플러스, 한국정보텍)의 사내이사가 동일해, 사실상 한 업체로 의심된다”며“특정 업체 이권 몰아주기”라는 의혹이 밴 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카드사들도 밴 업무 경험이 없는 신생업체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한 데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여신협회는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입찰에 응한 곳이 두 곳밖에 없었고, 가격을 맞춘 곳은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뿐이었다. 문제가 된 동일인물은 한국신용네트워크의 사외이사로, 협회에선 선정 당시 (큐테크 대표이사인 것을)몰랐다”며 선정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동전표수거 사업을 시작으로 금융당국과 함께 전반적인 밴 시장 구조 개혁을 진행하려다 보니, 불만을 품은 밴 업체들의 여신협회 흔들기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여신협회와 당국은 지난해부터 ‘밴 구조 개선 공청회’등을 열고, ‘공공밴’ 도입 등 구조 개선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밴사는 전자금융보조업자(전자금융거래법), 부가통신사업자(전기통신사업법)로 등록돼 있어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단말기 표준화나 가맹점 거래정보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대리점까지 포함하면 1000여곳에 이르는 밴사들이 더 많은 업무를 따내기 위해 마트 등 대형가맹점에 ‘리베이트’를 제공해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다. 여신협회 등은 이런 밴 시장을 개혁해, 카드업계 수익성과 소비자보호를 동시에 잡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정작 회원사인 카드사들마저 협회의 신규사업에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카드사 관계자는 “종이전표가 필요없는 전자서명패드 등이 널리 보급된 상황이어서 공동전표수거로 아낄 수 있는 돈은 미미하다. 오히려 불투명한 선정으로 뒷말이 나오고, 밴사와의 상생 문제나 카드사간 담합 의혹에 휘말리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전면 도입예정인 아이시(IC)단말기 시스템에선 서명이 필요 없어, 전표 수거업무 자체가 사라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동전표수거에 참여 뜻을 밝힌 회원사는 5곳으로 줄었다. 사업 시작 2주가 지나도록 신규계약서도 체결되지 않은 상태여서, 본격적 수거업무는 이달말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카드업계에서는 협회가 자체 사업 확대에만 관심을 두고 회원사의 요구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내놓는다. 지난달 여신협회는 빅데이터 활용 사업, 결제대행(PG)사업 등 협회 차원의 신사업을 추진하려다 “카드사 신규 사업과 겹친다”는 카드사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회원사들은 3~4년째 경영환경이 악화되는데, 협회는 규제완화를 위한 노력보다 이권에만 신경쓰고 있다“얼마 전 협회 이사회에서 협회장 연봉인상안을 올리려 했다가 금융권 고액연봉 기사가 나가며 안건에서 빠졌다”등 불만을 쏟아낸다.
카드정보유출 사태 초기 협회가 보인 ‘방관자’ 자세도 구설수에 올랐다. 3개 카드사 사장단이 두번째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던 지난달 20일, 여신협회는 바로 옆 호텔에서 ‘신년 사업계획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근수 여신협회장이 인사말로 “협회는 2차 피해에 대해 소셜네트워크 등에서 퍼져나가는 불신과 괴담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등 몇마디를 언급한 외에, 보도자료는 여신협회의 신규사업에 대한 이야기로만 채워졌다. 또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삼성카드는 신임사장 취임기자간담회도 연기했는데, 여신협회는 회원사가 사과하는 옆에서 잔치를 벌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여신협회는 “협회 사업은 공익을 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수익사업을 전제하지 않고 있다. 연봉인상 건은 협회장 대외업무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성과제 도입을 추진하자는 취지였고 실제 연봉인상을 하자는 것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카드정보유출 사태 때도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 왔다고 설명했다. 여신협회는“카드정보유출 뒤 협회 차원에서 대국민 사죄 입장표명을 했고, 2차 피해 예방 유의사항을 안내하는 등 정부 대책에 적극 협조했다. 기자간담회는 미리 예정된 것으로, 카드3사의 기자회견 장소가 전날까지 확정되지 않아 대체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당시 분위기에서 잔치를 벌였다는 업계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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