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한 장면. SBS 제공
한국 드라마 폭발적 인기에 한류스타 모델 기용 늘어
“명품 브랜드가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한국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0일(현시시각) 세계 명품 브랜드가 중국에서의 판매 확장을 위해 한국 드라마에 상품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키고 한류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별에서 온 그대’를 언급하며 샤넬과 구찌, 루이비통 등이 중국 젊은 소비층을 겨냥해 한국 드라마에 상품을 협찬하고 있다고 했다.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에서 1월에만 3400만명이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 전지현씨가 입고 나온 셀린느 드레스와 지미 추 구두, 립스틱 등은 중국에서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가방 제조업체인 샘소나이트는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김수현씨를 신재품 가죽 가방의 광고 모델로 낙점한 덕에 매출이 급등했다. 드라마 속에서 김수현씨가 매고 나온 가방은 2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배나 늘었다. 샘소나이트는 아시아에서 올해 가방 매출이 지난해 두배인 6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레오 서 샘소나이트 아시아 담당회장은 “젊은 한국 스타를 모델로 채용함으로써 탄생 100년이 된 브랜드의 이미지가 더욱 젊어지고 활기를 띠게 됐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모델을 선호하는 것은 모델료가 저렴하고 한류 열기 덕에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꼽았다. 이 신문은 “한류 스타들은 할리우드나 중국의 유명 배우들에 견줘 모델료가 싸고, 중국 뿐아니라 싱가폴이나 베트남 등에도 널리 알려져 있어 광고 파급효과가 크다”고 보도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다른 아시아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위스키 제조업체인 조니 워커는 지난해 9월 서울에 호화로운 ‘조니 워커 하우스’를 개장했다. 서울의 조니 워커 하우스 운영 책임자 제임스 리는 “한국은 명품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다”며 “한국에 투자함으로써 아시아 전체 소비자들에게 효과가 미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퉈 한국 드라마에 상품을 노출시키고 한국 배우들을 광고모델로 발탁하는 것은 양날의 칼과 같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한류를 타고 한국 화장품이나 의류 브랜드가 인기를 얻으면서 이들이 명품 브랜드의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화장품 업체인 에스티 로더는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에 패션, 성형 관광을 하려고 몰리면서 한국 화장품에 밀려 지난해 매출이 하락했다고 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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