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료가 인상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 보험사 창구에서 고객이 자동차 보험과 관련해 상담을 받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내달부터 보험료 줄줄이 인상된다는데…
삼성화재, 영업·업무용 보험료 올리고
동부화재·현대해상 등 인상 계획 밝혀
업계들 ‘눈치보기’속 인상 시기 고심
삼성화재, 영업·업무용 보험료 올리고
동부화재·현대해상 등 인상 계획 밝혀
업계들 ‘눈치보기’속 인상 시기 고심
다음달 이후로 자동차 보험료가 줄줄이 오른다는데, 가입을 서둘러야 하는 걸까? 5월 자동차보험 만기를 앞둔 정겨운(32)씨는 고민이 된다. 자동차 보험료가 오른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정확한 인상 규모도 나오지 않고 당장 다음달에 올린다던 일부 회사들이 올리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도 들려 혼란스럽다. 이러다가 하루 차이로 더 비싼 보험료를 적용받는 건 아닌지 겁이 난다.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둘러싸고 업계의 ‘눈치보기’가 길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데, 금융당국도 여론 눈치를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 인상은 보험사의 자율이지만, 자동차보험의 경우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인데다 서민 생활과 밀접한 항목인 까닭에 금융감독원에서 사실상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현재 4년째 동결 상태다.
■줄줄이 인상 ‘계획’만…시기는 “다른 곳 먼저” 보험료 인상 논란이 시작된 것은 지난 2월 중순 더케이손해보험, 하이카다이렉트 등 온라인 자동차보험사들이 보험료를 2~3% 올리는 내용의 요율 검증을 보험개발원에 의뢰한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보험사들이 신상품 출시를 으레 회계연도 시작 시기인 4월께 해 왔고, 요율 검증까지 마친 상태여서 4월을 앞두고 자동차 보험 인상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이 돌았다. 금감원도 대형사가 아닌 온라인 자동차보험사의 경우 어느 정도 인상을 허용할 뜻을 밝히면서, 27일 현재 하이카다이렉트, 더케이손해보험, 흥국화재,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 중소형 보험사 5곳이 보험개발원에 인상안 검증을 마쳤거나 검증 중인 상태다.
문제는 인상 시기다. 요율 검증을 일찌감치 마친 보험사들조차, 한 달이 넘도록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원래대로라면 4월에 상품을 출시해야겠지만, 아직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물가 인상 요인에 대한 자체 단속이 엄한 것 같다. 선거가 끝난 시점을 기다려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는 넘기지 않는다는 목표다.
■삼성화재 ‘총대’ 멨지만 개인용은 엄두 못내 삼성화재가 영업용과 업무용 차 보험료를 자체적으로 올린 데 대해 금감원 쪽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것도, 중소보험사들이 눈치를 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앞서 삼성화재는 지난 6일 영업용 차량(택시, 버스, 렌터카, 화물차, 택배차 등)과 소위 ‘법인 차’로 불리는 업무용 차량에 한해 각각 최대 14%, 3%의 보험료 인상안을 내놨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인용 차량에 대해선 현행 요금체계를 유지하되, 블랙박스를 단 차들이 널리 늘어난 상황에서 기존 ‘블랙박스 특약 할인’의 할인률을 5%에서 1%로 낮춰 사실상 일부 인상한 효과를 봤다. 삼성화재는 보험개발원의 요율 검증을 거치지 않고, 자체 요율 산정을 통해 이같은 인상을 결정했다. 삼성화재 쪽은 “손해율과 위험률 등을 감안해 자체 요율 산정을 할 능력이 삼성화재와 같은 대형사로서는 충분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대형사들도 삼성화재처럼 영업용 차량 위주의 부분 인상안을 따른다. 동부화재, 현대해상, 엘아이지(LIG) 손해보험이 4월 중 인상 계획을 밝혔다. 동부화재는 다음달 11일부터 영업용은 10% 선, 5월 1일부터 업무용은 3% 선에서 인상할 예정이다. 현대해상과 엘아이지는 아직 정확한 인상률을 확정짓지 못했으나, 업계와 비슷한 선에서 4월 중에 인상하기로 했다. 한화손보는 5월 초에 인상한다. 메리츠화재도 영업용 자동차보험료에 한해 인상안을 검토중이다.
■금융당국과 업계 서로 눈치보기 택시나 버스, 화물차 운전자는 4월 중순 이후 이들 자동차보험에 가입한다면 10~14% 가량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상 회피 물량은 공제조합과 중소보험사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영업용 차량의 경우 공제회 보험에 드는 경우가 많아, 일반 보험에 드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영업용보다 손해율이 낮은 편인 업무용 차량의 경우 2~3%선에서 인상된다. 한 중소손보사 관계자는 “업무용은 개인용과 다르게 간부 차량 등이 많아서, 많이 올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가용 운전자에 대해선 구체적인 인상 계획이 아직 정해진 바 없다.
금융당국과 업계의 ‘간보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손보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물론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먼저 이렇다 저렇다 할 입장은 아니다. 금감원 쪽에서 여론을 타진해 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또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정보유출 등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시기다. 보험료 인상 이슈가 두달간 이어지며 소비자들이 ‘정말 오르는가 보다’ 하고 생각하게 돼 인상 때도 거부감이 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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