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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일벌레가 기업 키운다’는 건 회장님들 착각입니다

등록 2014-04-30 15:16수정 2014-04-30 15:30

기업의 가족친화경영 실행에는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엘에스산전이 2011년 구자균 부회장의 제안으로 시작한 ‘과장 승진자 가족 초청 행사’에서 진급자와 임직원 가족이 모여 건배를 하고 있다.  엘에스산전 제공
기업의 가족친화경영 실행에는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엘에스산전이 2011년 구자균 부회장의 제안으로 시작한 ‘과장 승진자 가족 초청 행사’에서 진급자와 임직원 가족이 모여 건배를 하고 있다. 엘에스산전 제공
[가족친화경영]
육아휴직 가라는 일본 보험사
가정적이 되라는 LS그룹…
대다수 경영자 ‘돈 든다’ 이유로
가족친화경영 머뭇대지만
직원행복이 기업성과로 이어져
일본의 일본생명보험에서는 2011년 10월부터 2012년 9월 사이에 태어난 자녀가 있는 직원 279명이 올해 말로 육아휴직 신청 기한이 끝날 상태였다. 이들의 육아휴직 취득률은 1년 전 1%에 머물렀다. 그런데 지난 3월20일로 대상자 전원이 육아휴직을 다 신청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물론 대부분이 며칠에서 일주일 정도의 그리 길지 않은 육아휴직이긴 하지만 대상자 전원이 휴직을 따낸 것은 일본 대기업에서 한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런 일이 일어난 데엔 “7만명의 사원 가운데 90%가 여성인 회사에서 남녀가 함께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구자열 엘에스(LS)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임 임원들을 대상으로 승진 축하 만찬을 하면서 책을 한 권 선물했다. 성균관대 안대회 교수가 펴낸 <천년 벗과의 대화>라는 책이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임원에게 조직 리더로서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가족과 벗’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책을 통해 가족과 벗은 수천년 흘러온 세상 속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으로 아주 소중한 존재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며 “여러분도 지금까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왔을텐데, 가족과 벗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다시 한번 둘러보며 의미를 새겨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족친화경영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기업의 비용 증가 요인이다. 육아휴직은 직원의 업무 연속성을 저해할 수도 있고, 탁아시설의 설치와 운영에도 돈이 든다는 생각이 앞서기 쉽다. 기업들이 가족친화경영을 망설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제도적으로 가족친화경영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에 견줘 민간 기업의 가족친화경영 지수가 낮고, 대기업보다 여유가 적은 중소기업의 가족친화경영 수준이 떨어지는 이유가 단기적으로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란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장기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비용을 뛰어넘는 성과를 낳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호선 부산가톨릭대 교수(경영학과)와 강윤식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이 공동으로 분석한 ‘가족친화경영 수준의 결정요인 분석’(2012년) 결과를 보면 기업 규모가 크고 부채비율이 낮으며 기업 가치가 높은 기업일수록 가족친화경영에 적극적이다. 또 여직원의 비율이 낮은 기업이 가족친화적 제도를 더 많이 운영한다. 특이한 것은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의 경우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가족친화경영 수준이 낮았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기업의 최대주주가 경영자를 겸하는 국내 기업의 특성상 주주-경영자가 자신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종업원들의 업무 강도를 더 세게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며 “최대주주-경영자들이 가족친화경영의 편익보다는 비용에 더 중점을 두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가족친화경영의 활성화가 아직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족친화경영이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더 큰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을 기업 최고경영자가 인식하는 것이 일·가족 양립을 실행에 옮기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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