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연내 상장 추진…이건희 회장 자녀 최소 2조1천억 이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이건희 회장 자녀들이 지난 1999년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주식인수 권리를 가진 채권)를 헐값으로 인수한 것이 사법적으로는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결국 15년 만에 2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자본이득이라는 ‘잭팟’을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스디에스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에스디에스는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에스디에스는 국내 시스템통합업계 1위 업체다.

장외시장서 주당 15만원에 거래
주식 헐값인수 가격의 20배
최대 수혜자는 이재용 부회장
예상 자본이득 최소 1조2천억원
삼성전자등 계열사 5조 넘게 이득

경제계 ‘3세 경영승계’ 영향 주목
핵심계열사 지분확보 자금줄 예상

15년전 헐값인수 ‘배임’ 유죄 확정
‘부당하게 얻은 이득’ 논란 예상
“승계 과정서 해소방안 내놔야” 의견
삼성쪽은 사회환원 등 계획 없어

삼성에스디에스 상장이 투자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건희 회장 일가와 삼성 계열사 등 주주들은 막대한 자본이득을 얻게 됐다. 삼성에스디에스 주식은 상장 발표 전날인 7일 장외시장에서 주당 14만9500원에 거래됐다.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삼성에스디에스 주식 인수가인 7150원의 20배다. 삼성에스디에스 주식 19.1%(1475만주)를 보유한 이건희 회장 일가의 총 자본이득은 최소 2조1000억원에 달한다. 최대 수혜자는 11.25%의 지분을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예상 자본이득은 최소 1조2000억원을 넘는다.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도 3.9%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예상 자본이득이 각각 4000억원을 넘는다.

삼성전자(지분 22.6%), 삼성물산(17.1%), 삼성전기(7.9%) 등 계열사의 자본이득도 5조2000억원을 넘는다. 전·현직 임원인 이학수 전 부회장(지분 4.57%),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1.71%)도 각각 5035억원과 1882억원의 자본이득이 기대된다. 상장 소식이 알려지면서 장외시장 주가가 폭등해 자본이득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경제계는 삼성에스디에스 상장이 삼성의 3세 경영승계에 끼칠 영향에도 주목한다. 이재용 부회장 등 이건희 회장 자녀들의 경영승계에 가장 큰 걸림돌은 삼성전자·삼성물산·호텔신라·제일기획 등 핵심 계열사들의 지분이 극히 낮거나 아예 없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 등은 상장 이후 3세 승계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삼성에스디에스 주식을 내다팔아 자금을 마련한 뒤 핵심 계열사의 지분 확보와, 이건희 회장 부부가 가진 삼성전자(4.22%), 삼성생명(20.76%) 주식을 물려받는 데 필요한 상속세 납부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이 1조원이 넘는 자본이득을 모두 삼성전자 지분 확보에 쓴다고 가정하면, 이날 주가 기준으로 0.6% 정도의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 이는 이 부회장이 현재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0.57%보다 많다. 삼성이 지난해 10월 삼성에스엔에스를 삼성에스디에스와 합병한 것도 상장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으로 해석된다. 삼성에스엔에스의 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삼성에스디에스 지분이 8.81%에서 11.25%로 뛰었다.

이건희 회장 일가의 자본이득은 1999년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인수를 통해 얻은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에스디에스 사건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사건과 함께 삼성의 불법적 경영권 승계 논란의 핵심이다.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삼성에스디에스 주식 인수가격(주당 7150원)은 당시 장외시장 실거래인 5만5000원의 8분의 1에 불과한 헐값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09년 5월 배임 혐의로 유죄를 확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그룹 미래전략실이 이건희 회장에게 헐값발행을 사전보고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삼성에스디에스 헐값발행에 따른 사법적 판단은 끝났지만, 이건희 회장 일가가 2조원 이상의 ‘부당이득 수혜자’라는 꼬리표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향후 경영승계 과정에서 이를 해소할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미래전략실은 법에 따라 이미 (증여세 납부, 삼성에스디에스 손실 배상, 배임죄 처벌 등) 소정의 조처를 취했다고 말해, 일부 자본이득의 사회환원 등 별도 조처를 취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