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등 하락변수 우세
980~1000원선까지 추락 예상
미연준 금리인상 상승압력 될듯
980~1000원선까지 추락 예상
미연준 금리인상 상승압력 될듯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 견줘 0.1원 내린 1011.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환율은 사흘째(휴일 제외) 연중 최저치를 고쳐썼다. 이는 2008년 이후 최저치이기도 하다.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52억86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는 소식 등이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서 올 하반기에 환율이 980~1000원선으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 감소 효과가 과거만큼 크지 않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속도조절을 넘어서 환율의 방향성을 바꾸는 식의 개입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진우 엔에이치(NH)선물 센터장, 장보형 하나경영연구소 실장,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 배민근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 다섯 명의 환율 전문가한테서 하반기 환율 전망과 변수 등을 짚어봤다.
다섯명 모두 환율하락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미영 팀장은 980원까지, 이진우 센터장은 99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장보형 실장과 배민근 연구위원은 1000선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환율이 일시적으로 1000원선 아래로 내려갈지 모르지만,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홍준표 연구위원은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낮은 평균 1010원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수급 여건이 환율하락세를 계속 이끌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역수지 흑자의 뒷받침 아래 경상수지 흑자가 27개월째 지속되면서,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달러값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정미영 팀장은 “하반기에 선박 수주(수출)가 개선되는 등의 요인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굉장히 클 것으로 보인다”며 “대내 요인만 보면 환율하락 변수가 여전히 우세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외국인들의 주식 및 채권 순매수세가 지속되면서 달러 유입이 지속되는 것도 환율하락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배민근 연구위원은 “하반기에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 금리인상을 환기시키는 발언들을 내놓을 것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달러 흐름이 현재 약세에서 강세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그가 수출입과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등을 따져봤을 때 모형으로 추출한‘균형환율’(적정환율)이 900원대 중반으로 나온다면서도, 전망치를 1000원으로 잡은 것도 이런 요인 등을 고려한 것이다. 정미영 팀장도 “연말께 양적완화(비전통적 방식의 통화팽창) 축소가 마무리되고 그때부터 금리인상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환율 상승의 재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수급 여건이 아닌 외환시장의 심리와 정부의 시장 개입 의지 등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진단도 나왔다. 이진우 센터장은 “수급 여건으로만 보면, 정부가 환율 하락을 용인한다고 했을 때 원-달러 환율이 90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며 “수급이 아니라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화예금이 계속 증가해 252억달러에 이르는 것도 달러값이 언젠가 오를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봤다. 장보형 실장은 “시장이 아직 900원대로 갈 수 있는지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03~2004년과 세계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몇개월 동안 원-달러 환율이 1000~1050원대에 머물렀던 것을 환기시키면서, 시장이 느끼는 균형환율은 그 언저리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환율하락이 수출업체에 끼치는 부정적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진우 센터장은 “수출업체들은 환율이 10~20원만 내려도 어렵다고 늘 얘기하는데, 엄살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미영 팀장은 “수출 대기업의 해외생산 비중 확대 등으로 환율하락의 수출감소 효과가 예전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장보형 실장의 의견도 같았다. 하지만 홍준표·배민근 연구위원은 환율하락으로 각각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소비 및 투자의 국외 이탈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율하락이 내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정미영 팀장은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장보형 실장은 실질구매력이 커지면서 내수 측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에 대해선 속도를 늦추는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하는 선에선 필요하다고 봤지만, 큰 흐름을 거스르거나 적정 수준을 방어하려는 개입에 대해선 우려의 시선이 다수였다. 홍준표 연구위원은 “속도조절은 필요하겠지만 방향성을 거스르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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