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에 전기계량기 공급 짬짜미
LS산전·대한전선 등 14곳 적발
조합 설립 담합창구 활용하기도
LS산전·대한전선 등 14곳 적발
조합 설립 담합창구 활용하기도
무려 17년 동안 가격을 담합해 한국전력에 3000억원어치 이상의 전력량계(전기계량기)를 공급한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정위는 1993년부터 2010년까지 한전이 발주한 기계식 전력량계 입찰에서 미리 물량을 배분하고 투찰가격을 합의하는 등 담합을 한 14개 기업과 2개 조합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13억원을 부과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적발된 담합업체는 엘에스산전, 대한전선 등 대기업과 피에스텍, 서창전기통신, 위지트, 두레콤, 남전사, 옴니시스템, 한신에이엠에스텍크, 파워플러스콤, 와이피피, 디엠파워, 동일계전, 위지트동도 등 중소·중견기업이 망라돼 있다. 업체들은 2009년부터는 사업자단체인 제1전력량계사업협동조합과 제2전력량계사업협동조합을 설립해 담합창구로 활용하기까지 했다. 공정위는 담합을 주도한 엘에스산전, 대한전선, 피에스텍, 서창전기통신, 위지트 등 5개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담합기간 17년은 공정위가 그동안 적발한 담합사건 중 거의 최장기간으로, 관련 업체들이 오랫동안 담합을 관행으로 여겨왔음을 보여준다. 업체들은 서로 배신을 막기 위해 입찰 당일 경기도 의왕 백운호수 인근 식당 등에 모여 입찰용 (전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서로 감시를 했다. 또 업체별 배분 물량과 투찰가격에 대한 합의서를 만들어 대표이사가 직접 서명까지 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얻은 매출액이 3300억원에 달하고, 입찰가격도 한전의 예정가 대비 거의 100%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져, 한전 피해액(담합기업의 부당이득)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대한 과징금 상한선이 관련 매출액의 10%인데도, 이번 사건에는 단 3.4%의 과징금만 부과해 ‘솜방망이 제재’라는 지적을 받게 됐다.
전력량계 담합사건의 공정위 조사는 담합업체에서 일하는 한 직원의 신고로 2012년부터 시작됐다. 일부에선 한전이 20년 가까운 장기간의 담합을 실제 모르고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전의 연루 여부는 공정위 조사 권한 밖”이라면서 “검찰에 고발한 만큼 혐의점이 있으면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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