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개 기업집단 매출액 대비 비중
2012년 12.3%→지난해 12.5%
총수일가 지분율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월등히 높아
일감 몰아주기 개선 약속 무색
2012년 12.3%→지난해 12.5%
총수일가 지분율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월등히 높아
일감 몰아주기 개선 약속 무색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재벌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재벌의 지난해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이 오히려 2012년보다 더 증가했다. 또 시스템통합(SI)·물류 등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재벌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여전히 높아, 총수일가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사익을 추구할 위험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21일 발표한 ‘2014년도 대규모 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정보 공개’를 보면 삼성·현대차 등 47개 민간 대규모 기업집단(재벌) 소속 계열사 1351곳의 2013년 한햇동안 내부거래액은 모두 181조5천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2.5%에 달했다. 이는 2012년도 내부거래 비중 12.3%보다 높아진 것이다.
내부거래액은 2012년의 185조3천억원에 비해 3조8천억원이 줄었다. 하지만 올해 새로이 재벌로 지정된 2곳을 제외한 45개 재벌을 기준으로 보면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이 2012년 대비 각각 1조5천억원과 0.3%포인트 증가했다. 재벌의 내부거래는 계열사간 상품·용역거래로서, 단순히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 외에도 부당지원이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그룹별로는 에스케이의 내부거래 비중이 26%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은 포스코(21.8%), 현대차(21.6%), 씨제이(15.3%) 순이었다. 또 내부거래 금액이 가장 큰 그룹도 에스케이로 40조5천억원에 달했고, 그 다음은 현대차(35조2천억원), 삼성(26조7천억원), 엘지(16조4천억원)의 순서였다. 에스케이가 내부거래액과 비중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에스케이에너지의 일부가 지난해 7월 에스케이인천석유화학과 에스케이트레이딩인터내셔널로 인적분할되면서 기존에 사내거래였던 5조9천억원이 3사간 내부거래로 전환된 요인이 컸다. 반면 삼성은 삼성코닝정밀소재의 계열분리 등의 영향으로 내부거래금액이 5조4천억원 줄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경향은 계속 이어졌다. 총수있는 상위 10대그룹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이 30% 미만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13.7~14.3%인 반면 총수일가 지분이 50%를 넘는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30.6~47.6%로 2~3배 높았다. 또 물류, 시스템통합, 건설, 휴양시설, 광고 등 5개 업종 소속 재벌 계열사 27곳의 경우 평균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60%와 49%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재벌들은 2012년과 2013년 두차례에 걸쳐 일감 몰아주기 관행의 개선을 위해 이들 업종의 경쟁입찰을 늘리고 독립적 중소기업과의 거래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현대오토에버와 한화에스앤씨 등에선 오히려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졌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5개 업종의 총 내부거래액이 5조6천억원에 달한다.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비례하는 것은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적) 상속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다만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으로 높은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전년보다 낮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의 사익편취 규제를 받게 된 재벌 계열사 125곳(2년 연속 지정 재벌 기준)의 내부거래 규모는 17조6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8100억원 줄었다. 내부거래 비중도 12.3%로 1.5%포인트 낮아졌다. 재벌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을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개정법상 총수 지분율이 20% 이상인 재벌 소속 회사가 다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이고 내부거래액이 200억원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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