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건완화로 대상 76% 줄어 1242억
재벌 인원 6%인데 세액은 83%나
재벌 인원 6%인데 세액은 83%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대물림을 막겠다면서 도입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의 대상자와 납부액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의 도입 취지가 약화된 것이다. 과세 요건이 완화된 중소 및 중견기업 주주 등의 납세액은 줄어든 반면 재벌의 경우엔 더 늘었다.
국세청은 22일 지난해 말 기준 법인의 주주로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신고 대상자의 정기신고(기한 6월30일)를 모은 결과, 신고인원이 전년도보다 76.4%(7891명) 줄어든 243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납부세액은 같은 기간 33.2%(617억원) 감소한 1242억원으로 나타났다.
일감 몰아주기는 세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수혜를 본 법인이 세후영업이익을 거뒀어야 하며, 수혜 법인의 매출액 가운데 지배주주와 특수관계로 얽힌 법인을 대상으로 한 거래의 비율이 30%를 넘어야 한다. 끝으로 수혜 법인의 지배주주 및 그 친족으로서 주식 보유 비율이 3%를 초과해야 납세 대상자가 된다.
올해 들어 신고인원과 납세액이 모두 크게 감소한 까닭은 중소기업에 대한 과세 요건이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간의 거래를 과세 대상에서 빼주고, 특수관계법인 간 거래 비율(30%→50%)과 주식 보유 비율(3%→10%) 등 과세 대상 요건도 완화됐다. 이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납부한 중소기업 주주는 지난해 7838명에서 올해는 989명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들의 납부세액 또한 282억원에서 45억원으로 줄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재벌) 소속 기업이 아닌 대기업과, 중견기업 주주들의 증여세 신고인원과 납부세액도 크게 줄었다.
이에 견줘 재벌은 신고인원이 지난해에 견줘 8명이 준 146명으로 비슷했으나, 납부세액은 같은 기간 801억원에서 1025억원으로 증가했다. 재벌이 전체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신고인원 기준으로는 6%에 불과하지만 납부세액 기준으로는 83%에 이른다. 안종주 국세청 상속증여세과장은 “증여이익을 계산할 때 차감되는 정상거래 비율이 지난해 30%에서 15%로 축소돼 (재벌의) 세부담이 증가한 것”이라며 “대기업(재벌) 간 일감 몰아주기가 늘어서 납부세액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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