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에서 바라본 한국전력 본사
사옥·임대 용도 입찰전 유력
10조 투자 기준 2조 손실 전망
여유자금 많아도 투자 1순위는
차세대 성장동력에 투입 바람직
투자 관련 공감대 부족 지적도
10조 투자 기준 2조 손실 전망
여유자금 많아도 투자 1순위는
차세대 성장동력에 투입 바람직
투자 관련 공감대 부족 지적도
한국전력의 서울 삼성동 부지의 입찰전이 본격화하면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삼성과 현대차의 과열경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함께 제기된다.
한전 부지 입찰은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돼, 이달 17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내는 곳이 땅주인이 되는 방식이다. 한전 부지 인수전은 총 투자비가 입찰금액과 개발비를 합쳐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초대형사업이다. 반면 투자 수익성은 투자비 10조원을 기준으로 2조원 정도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불투명하다.
경제계에선 이 때문에 과거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위기에 빠진 금호 사례를 들어 ‘승자의 저주’ 위험성을 거론한다. 금호는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계 5위권 도약의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남의 돈을 빌려 비싸게 인수한 것이 탈나서,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재계 관계자는 “부동산 인수도 기업 인수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한전부지 입찰이 단순히 누가 더 많은 돈을 써내느냐의 ‘머니게임’이 되면, 땅주인인 한전으로서는 반가운 일이겠지만, 이로 인해 인수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 국가경제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금력만 보면 삼성과 현대차는 금호와 비할 바가 아니다. 삼성과 현대차는 3월말 기준으로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 각각 66조원과 42조8천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경제계는 여유자금이 많아도, 투자에는 우선순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형 증권사의 한 임원은 “국내외 시장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투자 1순위는 연구개발과 기업인수합병,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등 경쟁력 제고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그동안 효자노릇을 해온 휴대폰 사업 분야에서 애플과 중국업체들 틈에 끼어 고전 중이다. 2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을 밑돌아 ‘어닝쇼크’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는 6조원 방어도 위태롭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또 위기돌파에 앞장서 온 이건희 회장의 입원이 장기화하면서, ‘리더십 공백사태’도 우려된다. 현대차도 방심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2분기 영업이익이 원화 강세 여파로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였다. 또 디젤차, 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세대 자동차 개발에서 경쟁사에 뒤진다는 평이다.
삼성과 현대차 모두 자금력과 수익성 검토와 함께 한전부지 매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가 글로벌 5위 완성차업체의 위상에 걸맞게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겠다는 세부 청사진을 내놓은 것도 이런 여론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임원은 “양재동 사옥은 이미 수용능력이 한계에 달해 전 계열사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사옥 확보가 오랜 숙원”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공고 내용을 검토한 뒤 입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태도다. 그룹의 한 임원은 “한전부지 입찰은 최종적으로 누가 더 많은 돈을 써내느냐로 승자가 결정되는 ‘머니게임’인데, 현대차처럼 미리 떠드는 것은 땅값만 더 올리는 바보짓”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미 서울 서초동에 대형사옥을 확보했다. 현대차의 매입 목적이 ‘내집 마련용’이라면, 삼성은 ‘임대용’인 셈이다. 삼성의 ‘부동산 애착’은 유명하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10대그룹이 강남3구에 갖고 있는 토지와 건물 30만평(평가액 30조원) 중 절반이 삼성 소유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용 부동산에 거액을 투자하려는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삼성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3세들의 계열분리를 앞두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입찰전에 적극적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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