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담배를 사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담뱃값을 내년부터 지금의 갑절 가까이로 올리겠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됐다. 한 갑에 많게는 2000원가량의 ‘죄악세’를 추가로 내라는 통보를 받은 애연가들이 금연을 고려하면서도 다른 탈출구를 찾느라 바쁘다. 일부 흡연자들이 농담처럼 거론하는 ‘담배를 내가 직접 재배해 썰어서 말아 피우는 방법’엔 법적인 문제가 없을까?
현행 담배사업법은 “담배제조업을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획재정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11조)”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해 담배를 제조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담배를 상업적 목적으로 제조해 시장에 공급하는 사업자에 대한 규제이고, 자신이 소비하기 위한 담배를 재배하고 만드는 일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직접 재배한 담배를 종이로 말아 피우는 방식은 예전 담배 농가 주변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다만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인허가 대상인 담배제조업은 담배의 제조뿐 아니라 반출까지 포괄적으로 포함한다고 보기 때문에 사적으로 재배해 만든 담배를 대가 없이 지인에게 건넨다고 해도 법령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시에 거주하는 일반 흡연자가 담배의 사적 재배와 제조를 시도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담배는 ‘씨 없는 수박’과 다름없는 종자로 한정하고 있어, 케이티앤지가 종자를 생산해 담배를 계약재배할 농가에 주어야 이듬해 다시 담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구조다. 생산되는 담배 잎의 품질과 생산량 등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러다 보니 개인이 사적인 용도로 담배 종자를 구해서 소규모 재배를 시도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품질도 문제다. 어찌어찌 담배를 재배한다고 해도 전문 제조업자가 향과 맛을 가공한 담배와 자가재배한 담배를 별 가공 없이 말아 피우는 경우 품질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담배사업자들은 지적한다.
담뱃값 인상 방침 발표 뒤 각련(말아 피우는 담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각련은 향을 첨가한 하급 품질의 잎담배나 고급 잎담배를 가늘게 썰어 직접 종이에 말아 피우거나 담뱃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담뱃값이 매우 비싼 외국에서는 각련을 피우는 흡연자가 적지 않다. 각련은 필터와 담배 마는 종이를 사서 직접 말아 피운다. 이런 제품군을 ‘RYO’(Roll Your Own)라고 부르는데, 담배를 쉽고 깔끔하게 말아주는 간단한 개인용 장비까지 출시돼 판매되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에서도 각련이 판매됐지만, 현재 국내 담배제조사인 케이티앤지는 각련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외국산 각련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사업자는 꽤 있지만 현재로선 시중에 유통되는 각련 값이 별로 싸지 않고 개비당 세금 인상 폭에서 궐련이나 각련에 그리 큰 차이가 없어 획기적인 탈출구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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