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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한전 화력발전 정화시설 수십억 헛돈

등록 2014-09-30 01:44수정 2014-09-30 08:04

폐수처리 못하는데 ‘녹색기업’ 혜택도
동서발전 울산화력 60억 정화시설
도입 5년 평균처리율 16% 불과
나머지는 일반폐수에 섞어 방류
한전의 발전 자회사가 환경설비에 수십억원을 쓰고도 성능과 운영 부실로 폐수 처리율이 8%에 그칠 정도로 헛돈을 쓰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 회사가 발급한 설비 실적 보증서를 기반으로 또다른 발전 자회사는 수백억원대의 유사한 환경설비를 도입하려 했으나 성능 보증 논란이 빚어지자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지난해 원전에서도 부품의 허위 품질보증서가 원전산업 부패 논란으로 번졌는데, 화력발전 업계에서도 사실상 허위에 가까운 실적보증서가 통용되고 있어 설비 납품 관행에 큰 우려가 제기된다.

29일 <한겨레>가 단독으로 입수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하진 의원(새누리당)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한전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 산하 울산화력본부는 2009년 말에 탈황폐수를 정화하는 총질소 제거 설비를 60여억원을 들여 도입했다. 그러나 연간 폐수 처리율이 지난해와 올해 8~9%에 그치는 등 도입 뒤 5년간을 통틀어 폐수 처리율이 16%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발전사가 도입 당시 납품업체에 요구한 설계용량대로 연중 24시간 설비를 가동했다면 매년 폐수 처리율이 75~100% 수준이어야 한다.

탈황폐수는 석탄 등 화석연료로 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유독성 연기에서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을 녹여낸 것으로, 여기에서 오염물질인 질소성분을 줄이기 위해 총질소 제거 설비를 쓴다. 이 폐수를 다시 농축해 오염물질을 별도 처리함으로써 기준치에 맞게 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십억원을 들인 총질소 제거 설비는 애초 설계용량만큼 처리 효율을 내지 못하는데다 잦은 고장으로 성능 저하가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원 장기 파견 등으로 툭하면 설비를 세워둔 탓에 값비싼 설비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됐다. 결국 미처리 탈황폐수는 일반 폐수와 섞어 농도를 희석시킨 뒤 최종 방류 시점에서 정부 환경기준치에 맞추어 울산시 관할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배출됐다.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면 총 폐수량이 대폭 증가하고 환경설비 도입의 원래 취지와 달리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총량은 설비 도입 전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

게다가 탈황폐수와 일반폐수를 1 대 9로 배출해야 하는 규정도 지킬 수 없다. 2010년부터 2014년 8월까지 발생한 전체 탈황폐수의 84%가 사실상 이런 식으로 배출됐다. 하지만 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는 이 환경설비 도입 실적 등을 근거로 ‘환경부 녹색기업’으로 지정돼 5년간 정부 감시 대신에 자율감시 시스템을 운영하는 혜택을 누리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의 또다른 자회사인 한국중부발전은 동서발전과 유사한 총질소제거설비를 발주하면서 동서발전과 같은 업체를 공급자로 7월 말에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231억원짜리 이 설비를 발주하면서 중부발전은 동서발전이 발급한 납품 실적 증명서를 채택해 문제의 업체를 선정했다. 이 실적증명서엔 운전상태가 ‘정상’이라고 표기돼 있지만, 이를 발급해준 동서발전 쪽은 “설비의 성능이나 품질을 보증한다는 뜻이 아니라 단순히 설비가 가동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업체를 선정한 중부발전 쪽은 “실적증명서는 당연히 설비의 품질이나 성능에 대한 증명을 뜻하는 것으로, 동서발전이 이를 공식 부인했기 때문에 우리는 입찰 선정 취소에 대한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중부발전은 지난해 같은 실적증명서를 토대로 184억원짜리 유사 환경설비를 간접 계약해 건설중이다. 5년 가까이 설계용량 기준치를 제대로 충족한 적이 없는 문제의 설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한전 자회사끼리 주고받은 실적증명서가 사실상 허위 증명서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전하진 의원은 “실질적으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도입해야 할 환경설비가 제구실을 못해 수십억원의 헛돈을 쓰고, 나아가 수백억원의 헛돈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처럼 헛되이 쓰는 비용이 국민이 쓰는 전기료로 전가되고, 환경보전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헛도는 상황에 대해 감사원과 환경부처 등이 철저히 검증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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