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맡은 산자부 성과내기 ‘꼼수’
의무공급비율 목표치 하향조정
“화력발전 온배수도 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 목표치 하향조정
“화력발전 온배수도 재생에너지”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거꾸로 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가 2012년 도입된 지 2년 만에 잇따라 법적 후퇴를 거듭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유엔 기조연설에서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 합의와 국제사회 협력을 주창했지만, 에너지 구조를 환경친화적으로 바꾸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갈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맡은 산업부는 목표치를 오히려 하향 조정하고 ‘꼼수’로 성과 내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산업부와 환경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현행 제도를 완화하는 신재생에너지촉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산업부가 입법예고한 뒤 부처 협의와 법제처 심사에 들어갔지만 두 부처 간 의견 차가 커서 논란을 빚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란 주요 발전사에 연간 공급 의무 비율을 책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땐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하지만 산업부는 법 개정을 통해 화력발전소의 온배수를 재생에너지 분류에 새롭게 추가하고, 향후 의무 비율을 하향 조정해 현재보다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
화력발전소의 온배수는 냉각 공정 등에서 발생하는 폐수의 일종으로 일반적 국제기준으로는 태양광, 풍력, 지열 등을 가리키는 재생에너지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업부는 또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을 2022년 10%에서 2024년 이후 10%로 늦춰 잡아 해마다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산업부는 상반기에도 시행령을 개정해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량의 20%(올해까지는 30%)를 이듬해로 1년간 미뤄서 이행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을 3년간 미룰 수 있도록 완화했다. 올해 들어서만 겹겹으로 후퇴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당장 화력발전 온배수를 신재생에너지 법적 분류에 포함시키는 것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력발전 의존도를 줄이려는 취지를 근본적으로 흔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배출이 많은 화력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은 안 그래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기회를 가로막는 꼴이 된다”며 “신재생에너지 실적은 몇 단계를 거쳐 탄소배출거래권으로 환산될 여지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화력발전 온배수는 냉각 공정 등에 사용된 섭씨 70도 정도의 폐수로 가정 난방용으로는 부적합하고 비닐하우스 농가 등 시설 원예에 적합한 수준인데, 실제 수요 규모나 시설 투자 효율 등 경제성 분석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꼼수 입법에 대한 논란도 있다. 2012년에 여상규 의원(새누리당)이 화력발전 온배수를 포함하는 폐열에너지 자체를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려는 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조석 당시 지식경제부 차관은 반대 취지의 답변을 했고, 이 법안은 지금도 계류중이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법안으로 개정해야 할 사안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김제남 의원(정의당)은 정부의 시행령 개정을 막기 위해 화력발전 온배수 같은 폐열에너지는 재생에너지에서 제외한다는 점을 법 규정에 명문화한 법률 개정안을 조만간 제출할 계획이다.
이번 법 개정 추진에는 윤상직 산업부 장관의 의지가 굳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 초 정책 토론회를 한 차례 열 때 윤 장관의 발제에 ‘에너지 신산업’ 6개 축으로 화력발전 온배수 활용을 포함시켰다. 지난달 확정한 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도 이를 확정적으로 언급했다. 2차 에너지위원회에서도 이에 대해 일부 반대의견이 나오자, 참고는 하겠지만 반대자들이 양해해달라는 식으로 윤 장관이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대한 국내외 요구는 더 높아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신기후체제 논의뿐 아니라 9일에는 강원도 삼척에서 원전 건설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 시행이 예정돼 있다. 이 지역에서는 원전 반대를 공약으로 내건 시장이 당선된 상황이다. 원전 비중이 25%가량으로 높은 상황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수용에 대한 거부감은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이상훈 소장은 “현재 산업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국민 인식과 전기요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 등을 통해 정면돌파해야 할 상황을 외면하고, 곁가지만 만지작거리면서 성과를 포장하는 데 관심이 있어 보인다”며 “현재 정책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비중 10% 목표는 달성하기 요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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