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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돈이 돈 불려줘 ‘부의 쏠림’ 고착화…“과세 강화로 재분배를”

등록 2014-10-08 00:50수정 2014-10-08 09:12

상위 1%가 배당소득의 72%, 이자소득은 45%를 차지하고 있다는 국세청 자료가 7일 공개되면서, 그동안 제대로 실상이 알려져 있지 않던 우리나라 자본소득의 불평등 실태가 일부 드러났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자산(부)의 편중 실태를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의 불평등 실태는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부동산이나 예금, 주식 등 부의 보유와 여기서 파생되는 자본소득의 분포는 정확한 자료가 나온 적이 거의 없다.

자본소득의 대표적인 형태는 주식에서 나오는 배당소득, 예금·채권에서 나오는 이자소득,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소득 등을 들 수 있다. 이것들은 모두 ‘돈이 돈을 낳는’, 이른바 불로소득이다.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자산을 소유하고 있으면 생기는 소득이기 때문이다.

배당·이자소득, 상위10%가 독식
근로소득 불평등보다 훨씬 심각
금융소득에 비과세 등 혜택까지
정부 ‘배당소득 증대세제’ 추진
배당 많은 기업 주주에 세제혜택
소수 부유층 세부담 줄여주는꼴

이날 공개된 자본소득의 쏠림 정도는 근로소득이나 종합소득 불평등보다 훨씬 심각하다. 고소득층인 상위 10%가 배당소득의 93.5%, 이자소득은 90.6%를 가져간다는 것은 사실상 ‘싹쓸이’에 가깝다. 우리나라에서 소수 부유층의 주식, 예금 등 금융자산 독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자본소득의 불평등은 근로소득 불평등보다 전체 소득분배 악화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크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난 5월 발표한 ‘유형별 소득이 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에서 “자본소득 증가분 대비 변이제곱계수(값이 클수록 분배 악화) 변화가 약 0.17~0.19%에 이르러 0.1% 이하인 노동소득이나 사업소득보다 크다”며 “이는 동일한 규모의 소득이 증가한다면 자본소득이 증가할 때 소득분배가 악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책, <21세기 자본>의 핵심 주장도 자산(자본)에서 파생되는 소득의 증가율이 전체 노동소득의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것이 소득 불평등 악화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이런 자본소득 불평등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입 확충과 조세 형평성을 위해서도 금융소득 과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자·배당소득, 주식양도차익 등에 대해서는 금융시장 육성 필요성 등을 고려해 과세 우대를 해왔다. 금융시장이 성장했고, 과세 형평을 높여야 하는 만큼 과세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소득 과세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비과세·감면과 분리과세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 분석으로는 금융소득(이자·배당소득)의 34%가 비과세·분리과세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아예 세금을 면제해주거나, 종합과세가 아닌 분리과세를 해서 과세 부담을 낮춰준다는 뜻이다. 현재 이자·배당소득은 2000만원 미만일 때는 14% 분리과세를 하고,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다른 소득과 합쳐 누진세율로 종합과세를 하고 있다.

배당소득과 함께 ‘주식부자들’에게 큰 수익을 주고 있는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도 미흡한 상태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지분율 2% 또는 시가총액 50억원 이상’의 대주주에게만 과세(일반 기업 20%, 중소기업 10%)를 한다. 이 기준에 충족하는 사람은 약 5000명으로, 전체 주식투자자의 0.1%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대주주만 내는 방식이 아닌) 일정금액 이상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선물, 옵션 등 파생금융상품의 매매는 현재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 있다. 최근 파생금융상품 시장이 크게 성장한 만큼 과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경환 경제팀이 가계소득 확충을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오히려 소득 불균형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배당을 많이 한 기업의 주주들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내용이다. 이자·배당소득 2000만원 미만은 14%에서 9%로 분리과세 세율을 낮춰주고, 2000만원 이상 종합과세 대상 대주주에게는 25% 분리과세를 허용하기로 했다. 대주주의 경우 지금보다 세부담이 20%나 낮아진다.

이번에 공개된 배당소득 구조를 보면, 적극적으로 배당이 된다고 해도 중산층·서민보다는 상위 1%에게 집중되고, 기준이 충족될 경우 대주주들은 세제혜택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가 소득불균형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만든 전형적인 부자감세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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