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서류위조사건 뒤 특별점검 맡은 외국 회사
알고보니 위조서류에 확인도장 찍은 코센의 ‘모기업 계열사’
알고보니 위조서류에 확인도장 찍은 코센의 ‘모기업 계열사’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등 품질서류 위조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범정부적인 원전 안전진단이 진행됐지만, ‘국제 전문기관 특별점검’을 맡은 외국계 회사는 위조 사건의 책임 당사자인 국내 회사의 모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정부는 위조 사건 후속대책 덕분에 원전이 더 안전해졌다고 홍보했지만 부실 책임자와 검증자가 사실상 한통속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장병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5~7월 국내 원전 운영 실태에 대한 안전진단 컨설팅으로 수행된 ‘국제 전문기관 특별점검’은 독일계 티유브이슈드그룹 계열사가 진행했다. 이 회사는 한수원 품질관리 용역회사로 위조 사건에 책임이 큰 ‘코센’이란 업체와 같은 그룹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안전진단은 ‘법령과 기술 수준 준수에 큰 문제가 없다’는 선에서 끝났다.
코센은 2010년 독일계 티유브이슈드그룹에 100% 지분이 넘어간 민간업체지만, 애초 공기업인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에서 떨어져 나왔다. 한전기술은 지금도 원전 부품 품질서류를 최종 검토하는 업무를 총괄한다. 코센은 한전기술·한수원 등과 인적 유착관계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제대 코센 대표이사가 한전기술 출신이고, 한전기술·한수원 임직원들이 코센에 재취업한 사례도 많다.
코센은 위조 사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는 책임 당사자다. 코센은 한수원을 대신해 제조사와 품질서류 발급 기관의 업무 전반을 감독하는 용역을 10년간 사실상 독식했다. 품질서류가 적절하게 발급됐는지, 이 조건에 맞게 부품이 제대로 제작됐는지 살필 목적으로 일처리 과정에 입회하고 서류를 검토했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간 건설된 원전에 들어간 품질서류에는 코센의 확인 도장이 찍혔고, 그 대가로 코센은 405억여원을 챙겼다. 하지만 위조 사건이 2012~2013년 잇따라 들통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29만여건의 품질서류 전수조사가 진행됐고, 위조된 서류는 2000건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원전 가동 중단의 계기가 된 케이블 부품 품질서류 위조 사례 등에는 코센의 확인 도장이 들어가 있었다.
이런데도 코센은 지금껏 별다른 책임 추궁을 받지 않았다. 게다가 코센과 모회사인 티유브이슈드그룹은 오히려 위조 사태 후속대책 추진 과정에서 추가로 용역을 수주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케이블 품질서류 위조 사태로 3조원대의 원전 정지 피해를 입자 문제의 제조사와 발급 기관에 13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확인 도장을 찍은 코센에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코센은 위조 사태가 일부 드러난 2012년 말에도 영광 5·6호기 후속대책 품질관리 용역을 추가로 따냈다. 코센의 모회사인 티유브이슈드그룹은 22억원대의 국제기관 특별점검 용역을 수주했다. 티유브이슈드코리아의 임원은 정부 ‘구매제도 개선위원회’ 위원으로 들어갔다.
장병완 의원은 “부품 위조의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이 버젓이 후속대책 책임자로 이름을 올리고 관련 예산을 따먹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며 “겉포장만 객관성을 가장해 부실 책임 당사자가 부실을 검증하는 일이 거듭된다면 원전 비리의 악순환은 물론 국민의 원전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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