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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모뉴엘, 3조2천억 수출사기…매출 90%가 ‘가짜’

등록 2014-10-31 19:29수정 2014-10-31 22:09

서울세관, 박홍석 대표 등 3명 구속
허위 수출채권 근거로 대출 받아
10개 금융사 손실 6768억원 달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주목을 받고 수출입은행 ‘히든 챔피언’ 인증을 받으며 급성장하던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대표 박홍석)이 쌓아올린 수출 금자탑의 실체는 연매출 80~90%를 허위로 꾸며낸 뒤 무역금융을 통해 돌려막기를 하던 3조2000억원대 ‘수출사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모뉴엘이 2009년 1월부터 2014년 7월까지 3330차례에 걸쳐 홈시어터피시(HTPC) 반제품 120만대를 대당 250만원 정도에 수출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민 뒤 이런 허위 수출채권을 바탕으로 국내 시중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10여개 금융회사에서 5년여 동안 3조2000억원을 사기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짜 수출채권을 근거로 수출환어음을 발행한 뒤 이를 국내 금융권에 매각해 수출대금을 미리 받는 형식으로 사기대출을 받고, 어음 결제 만기가 돌아오면 새롭게 꾸며낸 수출채권으로 또다시 사기대출을 받아 돌려막기를 했던 게 주요 수법이다.

홈시어터피시는 텔레비전 등에 연결해 쓰는 동영상 플레이어 개념의 가전으로 스마트티브이 등이 대중화 되기 전인 2006~2007년께 잠깐 주목받았으며, 현재는 거의 상품성이 없다. 모뉴엘은 용산 전자상가에서 8000~2만원이면 살 수 있는 폐컴퓨터 수준의 상품을 고가의 홈시어터피시 반제품인 것처럼 가장해 미국으로 수출 선적하거나 홍콩 조립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특히 홍콩에는 금융회사 쪽의 실사에 대비해 100만달러를 들여 가짜 공장을 차려놓고 실사 땐 현지인 30여명을 긴급 고용해서 공장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꾸몄다.

서울본부세관 한성일 조사국장은 “모뉴엘은 지난해 연매출 1조1410억원 가운데 거의 90%인 9억2300만달러(1조107억원)를 홈시어터피시 한개 품목을 수출해 달성했다”면서 “홈시어터피시라는 실물 제품의 면면을 보면 상식적으로 이게 팔릴까 의아해지는데 무역금융 대출이 계속된 게 안타까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모뉴엘의 진짜 매출은 로봇청소기 등 소형가전 판매로 달성한 78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모뉴엘 사태로 예상되는 금융권 손실은 9월말 기준으로 10개 금융사 6768억원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선 게 49%이고 금융권이 신용대출로 준 것도 41%다. 애초 홈시어터피시의 실물이 그토록 고가에 팔린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도 안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권의 관리 해이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뉴엘 무역금융 사기극은 서울본부세관이 8월중순께 허위수출 제보를 받아 착수한 조사가 진전되고, 사실상 돌려막기가 어려워져 연체가 터진 뒤에야 막을 내렸다.

서울본부세관은 박 대표가 사기대출 받은 돈을 모두 금융권 돌려막기에 쓴 게 아니라 446억원을 국외로 빼돌렸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 돈을 브로커 운용자금이나 미국 가족의 주택 구입비 등에 쓰고, 나머지 120억원은 자금세탁을 통해 국내에 들여온 뒤 개인 비자금으로 유용했다.

박 대표는 비자금 가운데 44억원은 주식·커피숍·연예기획사 투자, 39억원은 가족생활비와 카드대금, 25억원은 개인채무변제, 16억원은 제주도 별장 구입에 썼다. 또 미 영주권자로 국내외 카지노를 드나들며 40억원을 썼는데 15억원은 자신이 실제 도박을 하면서 잃었고 나머지 25억원은 카지노칩으로 바꾸어 로비자금 등으로 활용했다고 진술해, 불법 로비 혐의는 추후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본부세관은 박 대표(52)와 신아무개 부사장(49), 강아무개 재무이사(42) 3명을 관세법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관련자 13명을 불구속 조사하고 있으며, 다음주 후반께 검찰에 신병을 인도할 계획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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