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금융안정에 유의”
“엔저 우려 과도한 측면 있어” 지적
내년 1분기말 인하 필요성 부각될 수도
“엔저 우려 과도한 측면 있어” 지적
내년 1분기말 인하 필요성 부각될 수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지난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고, 최근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금융안정에도 유의해야 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동결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이번 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관심의 초점은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지에 쏠렸다. 지난 7월과 9월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나오고 나서 각각 한달 뒤 실제 인하가 이뤄진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소수의견이 나온다면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장일치 동결로 확인되면서, 연말이나 내년 초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금리 수준과 엔화 약세 등에 대한 이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 내용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추는 쪽으로 해석됐다. 이 총재는 “현재 금리가 경기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는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와 관련해서도 “환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금리 외에도 대단히 많다. 금리로 환율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엔저 우려가 사실이지만 시장의 반응이 좀 과도한 측면이 있고, 부정적 영향이 실상 이상으로 크게 부각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리 정책은 성장과 물가, 거시경제 상황, 금융안정 리스크를 균형있게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가계부채가 많이 늘고 내외 금리차가 축소된 만큼 금융안정 리스크에 유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내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은도 바로 기준금리를 올릴지에 대해서는 “예단할 수 없고 그때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단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한풀 꺾이는 양상이지만, 엔화 약세가 장기화하고 저물가와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경우 내년 1분기 말쯤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여삼 케이디비(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오늘 이 총재의 발언을 보면 내년 1월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경기 회복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해 내년 2~3월께 다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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