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분기 집계 결과…엔저 영향 커
대일 수입 비중도 10.2%로 떨어져
대일 수입 비중도 10.2%로 떨어져
일본 아베노믹스 여파로 엔화 약세가 빠르게 진행되자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우려 발언을 하는 등 환율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올해 3분기까지 우리 수출에서 일본 비중이 5.7%로 낮아져 연말에 역대 최저 기록을 고쳐 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일 수출 감소의 원인을 환율에서만 찾을 게 아니라 한-일 교역구조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자료를 보면, 올해 1~9월까지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 상대국인 중국, 미국, 일본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중국이 24.9%, 미국이 12.0%인 반면에 일본은 5.7%에 그쳤다. 지난해 일본 수출 비중은 6.2%였는데 0.5%포인트가 줄어든 것이다. 수출 통계는 4분기에 큰 폭의 변화가 있는 사례도 있지만 현재 추세가 그대로 굳어지면 1965년 교역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래 일본의 수출 비중이 역대 최저로 떨어진다. 대일 수출 비중이 역대 가장 낮았던 해는 대중 수출 비중이 급상승한 2009~2010년으로 6.0%였다.
일단 대일 수출 비중이 줄어든 원인으로는 최근 일본 아베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화 약세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이 꼽힌다. 일본이 본원통화량을 연간 60조~80조엔씩 늘리면서 엔-달러 환율은 2012년 말 달러당 86.76엔에서 최근에는 116엔대로 올라 엔화 가치는 33% 떨어졌다. 미국이 출구전략을 시행하면서 달러 강세로 원화 가치 또한 일정 부분 절하됐지만, 아베노믹스가 주도하는 엔화 가치 절하 속도가 워낙 빨라 같은 기간의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234.2원에서 940원대 중반으로 23% 내려갔다. 이에 영향을 받아 대일 수출 증감률은 2012년 -2.2%, 2013년 -10.7%, 2014년 1~9월 -4.6%로 3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일 무역 관계에선 그밖의 다른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예컨대 단순히 엔화 약세만을 두고 보면 대일 수출은 줄어들고 대일 수입은 증가해야 맞다. 하지만 대일 수입 증감률 역시 2012년 -5.8%, 2013년 -6.7%, 올해 1~9월 -11.1%로 감소 행진이다. 대일 수입 비중도 올 3분기까지 집계로 10.2%로 떨어져 수출 비중과 마찬가지로 역대 최저치를 고쳐 쓸 수 있다. 이는 오랜 엔화 강세 시절을 거치면서 일본이 국외에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구조적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해외직접투자는 1988년 1000억달러를 넘어선 뒤 2012년에는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이런 변화는 일본의 총수입에서 자국기업의 해외생산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2년 22.7%에서 2012년 29.0%까지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당연히 한국의 대일 수출 감소를 부르게 된다. 또 한국은 일본에서 부품 조달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중국·동남아 등으로 옮겨간 일본 생산기지에서 같은 부품들을 조달하는 성향이 짙어졌다.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장상식 연구위원은 “대일 수출 감소는 단순히 엔저 문제를 해결한다고 개선되는 게 아니다”라며 “일본이 엔고 시절 어떻게 경쟁력을 키웠는지와 최근 엔저로 크게 높아진 수익성을 앞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어떻게 활용해 나갈지를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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