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보다 0.6%↓…국제유가 내린 탓
국제유가와 농림수산품 가격의 급격한 하락 탓에 생산자물가지수가 3개월째 뒷걸음질치며 3년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개월 연속 1%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생산자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19일 10월 생산자물가지수(2010년 100기준)가 104.56으로 전월 대비 0.6%, 작년 동월 대비 0.7% 하락했다고 밝혔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는 2011년 1월(104.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전월 대비 하락폭도 2012년 11월(-0.7%) 이후 23개월 만에 가장 컸다.
생산자물가 내림세가 이어지는 것은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이 크다. 원자재인 유가가 떨어지다보니 국내 석탄 및 석유제품 공급가격이 한달 전에 비해 5.7% 떨어지는 등 공산품 전체 가격이 0.8% 하락했다. 농림수산품 가격도 전월 대비 3.8% 하락해 생산자물가지수를 끌어내렸다.
생산자물가 하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 향후 소비자물가도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임수영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는 품목별로 다르지만, 생산자물가 하락은 결국 소비자물가의 상승 둔화 또는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디플레이션을 둘러싼 논란과 우려는 더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012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24개월째 1%대에 머물고 있고, 연간으로도 지난해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1%대에 그칠 게 확실시 되고 있다.
저물가 장기화는 생산·소비·고용 위축 등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려 저성장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 특히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는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국면에 들어가면, 기존에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데만 익숙했던 통화당국이 뾰족한 치유책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근태 엘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경제 회복세가 부진하고 원자재 가격도 하향 추세라 물가가 내년에도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통화정책 완화기조가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