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방산·석유화학 업계 1위로

삼성과 빅딜따라…시너지효과 미지수
인수자금 상당부분 차입해야 할듯

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등 삼성그룹에서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부문 계열사들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기존 몸집을 크게 불리게 됐다. 한화는 이번 ‘빅딜’ 성사로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사업에서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됐다. 한화그룹이 앞으로 최대 2조원에 이르는 인수 대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와 인수 시너지 효과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그룹은 26일 ㈜한화의 방위산업 부문 매출액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184억원으로 업계 4위 수준이었지만 이번 인수 결정으로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매출을 합하면 2조5995억원으로 규모가 커져서 한국항공우주산업과 엘아이지(LIG)넥스원 등 경쟁사를 제치고 업계 1위가 된다고 밝혔다.

또 석유화학 부문에서 한화케미칼과 여천엔시시(지분 50%)를 합해 지난해 말 기준 매출이 7조8607억원으로 업계 5위였지만,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인수하면 18조823억원이 돼, 엘지(LG)화학과 롯데케미칼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마찬가지로 업계 1위가 된다고 덧붙였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방위산업은 그룹 주력 사업이지만 ㈜한화는 탄약 등 재래식 무기 분야가 주전공으로 방위산업의 핵심인 항공 부문이 부품사업 일부를 빼곤 거의 없는 게 큰 한계였는데 이번 빅딜로 원하던 분야에 진출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빅딜은 한화그룹이 먼저 방위산업 확대를 위해 삼성테크윈 인수를 삼성그룹 쪽에 타진했다가, 삼성테크윈이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 때문에 삼성그룹 쪽 석유화학 부문의 추가 인수 타당성을 살펴 추가로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방산은 날개를 얻었고, 석유화학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종합화학은 최근 중국 쪽 수요 감소로 업황이 좋지 않은 고순도테레프탈산(PTA) 등을 주력 생산해 실적이 좋지 않지만, 삼성토탈은 알뜰주유소 공급자로 선정된 뒤 제5의 정유사로 새롭게 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등 불황기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재계 안팎에선 우려도 나온다. 한화그룹이 앞으로 마련해야 할 인수 대금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내년 상반기 안으로 인수 가격을 정산한 뒤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인수 대금 분납으로 재무적 부담을 줄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예전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할 때도 계약금을 납부한 뒤 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해 중간에 인수를 포기했던 전례가 있다. 인수 주체인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에너지 등 3개 회사가 보유한 현금 액수는 3000억원 수준이어서 상당 부분 차입에 의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중국 쪽의 추격과 수요 감소, 저유가 추세로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커진 몸집이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