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 전도사’로도 불렸던 한덕수 한국무협협회장이 우리나라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추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한 회장은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무역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와의 자유무역협상이 타결됐기 때문에 이제는 티피피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며 “우리 정부가 참여 결정을 해도 미국 등 현재 12개 협상 참여국에 바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티피피 가입해야할 절박성이 감소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티피피는 미국,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캐나다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공식적으로 참여 관심표명을 했다. 하지만 주도국인 미국은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새 참여국을 수용하면 전체 협상 타결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현재 틀에서 협상이 일단 타결된 뒤 추후에 참여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다.
한 회장은 티피피 안에 일본은 있고 한국은 빠지게 될 경우 많은 시장을 일본에 빼앗겨 우리쪽 경제 피해가 크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 이후 일주일 동안 미국을 방문해 티피피 조기가입 희망 의사를 미 의회와 업계 쪽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미국 주요 업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 수준과 관련한 불만을 크게 터뜨렸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티피피에 들어가려면 미국은 이를 의회에 보고해 90일가량 논의를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업계 전체 의견을 수렴하게 돼 있어, 업계 찬성 의견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미국 업계는 한국한테 티피피 들어오라고 하기 위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해 확실한 개선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상당히 강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제약·금융 업계 등은 한국 정부에 자동차 환경기준 완화, 건강보험의 신약 수가 인상과 신약 특허-복제약 생산 분쟁 해결 제도, 금융정보 외국이전 같은 이슈에 대한 불만을 내보이고 있다.
한편 무역협회는 이날 ‘2015년 무역·통상 환경 전망’ 보고서를 내어 올해는 중국 등 세계 주요 경제권 성장 둔화 등의 악재로 수출성장세가 1~11월 현재 2.4% 성장에 그치는 등 상대적으로 위축됐지만, 내년에는 선진국 수요 확대와 신흥국 경제여건 개선 등이 이뤄져 수출이 4.3% 증가한 601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수입은 5.5% 증가한 5570억달러로 무역흑자 규모는 4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점쳤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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