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주목했다 대부분 발빼
2008년 이후 구조조정 몸살
중국 업체들 공급과잉으로
핵심 부품값 6년새 90%나 ‘뚝’
유럽도 재정위기로 수요 위축
셰일에너지 공급 늘면서 그림자
한화솔라원 “몇몇 승자만 남을 것”
2008년 이후 구조조정 몸살
중국 업체들 공급과잉으로
핵심 부품값 6년새 90%나 ‘뚝’
유럽도 재정위기로 수요 위축
셰일에너지 공급 늘면서 그림자
한화솔라원 “몇몇 승자만 남을 것”
60.94달러. 10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선 미국산 서부텍사스유(WTI) 종가가 연중 최저치로 폭락하며 자칫 배럴당 60달러 선마저 무너질 조짐을 보였다. 이는 올해 최고가였던 6월20일 107.26달러에서 46달러 넘게 떨어진 것으로 5개월여 만에 43%가 폭락한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등이 ‘저유가 시대’를 확인하는 전망들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신재생에너지 대표 주자인 태양광 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때 삼성·엘지(LG)·한화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태양광 산업에 주목했지만, 지금은 한화그룹과 오시아이(OCI) 등을 빼고는 대부분 발을 뺀 상황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추락과 미국발 셰일혁명 등이 몰고온 에너지 판도 변화 등으로 수조원 투자에도 적자가 누적되는 등 수익성을 찾기 힘든 현실 탓이다.
한화그룹 태양광 자회사 한화솔라원의 남성우 대표이사는 1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태양광 업계는) 지금껏 1차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앞으로도 치열한 구조조정이 더 이어지고 몇몇 승자만이 (열매를) 즐기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케미칼의 자회사로 독일과 중국에 각각 본사를 뒀던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의 합병을 발표했다.
세계 태양광 업계는 환경문제가 심각한 중국 정부의 태양광 투자 의지로 중국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2008년 이후 구조조정이 치열하게 진행됐다. 태양광 설비 핵심 원료와 부품인 폴리실리콘, 웨이퍼, 셀, 모듈의 2014년 상반기 평균가격이 2008년 대비 82~95%나 떨어졌을 정도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덤핑 판정을 주고받으며 통상마찰까지 빚고 있다.
남 대표는 “내년에도 모듈 가격은 올라가지 않고 4~5% 떨어질 것”이라며 “태양광 설비 제조 분야 대신에 발전설비 설치 서비스 시장에 치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 대표는 또 “중국 몇몇 업체가 도산했지만, 경쟁 업체들도 그만큼 강해져 구조조정 결과를 피부로 느낄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해, 내년 사업환경도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을 필두로 지금껏 3조원 가까이를 태양광 사업에 투자했다.
올해 세계 태양광 발전 수요는 48.4기가와트(GW)로, 중국(13.5), 일본(11.1), 미국(6.1), 유럽연합(5.2)이 75% 정도를 차지한다. 중국은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 일본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여파로 태양광 분야에서 큰 시장을 열었고, 미국과 유럽연합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2009~2013년 태양광 부품생산 설비증가율이 연평균 37%에 이를 정도로 과잉 투자가 이뤄졌던 셈이다.
정부 재정으로 태양광 수요를 선도적으로 견인했던 유럽연합 국가들은 2010년 재정위기로 수요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또 미국 내 셰일에너지 공급이 크게 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사업성 자체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미국 셰일에너지와 사실상 가격경쟁을 선언하며 감산을 거부해 원유가격은 급락을 거듭하는 추세다.
원자재 가격 급락은 원유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전력용 연료탄의 국제가격도 10일 톤당 62.31달러로 1년 사이에 30%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게다가 태양광 발전은 대체에너지 대표 주자라는 성격 때문에 유가 하락의 악영향을 피하긴 어렵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관섭 차관 주재로 ‘저유가 동향 점검 간담회’를 연 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 중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산업의 경제성이 악화돼 시장 참여 동인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등에 대해서는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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