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9월부터 유가보조금 지급
강력 반발한 서울시는 시행 제외
강력 반발한 서울시는 시행 제외
서울시와 택시기사 노조 등이 대기오염 악화와 건강권의 문제를 들어 경유택시 도입을 반대하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서울시를 뺀 나머지 전국 시·도에 경유택시 도입을 끝내 강행하기로 했다. 영국 런던에서는 관광명물로 상징성이 큰 경유택시 ‘블랙캡’마저 친환경 차량으로 바꾸기로 한 것과 비추어보면, 이번 정책 추진은 국제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국토부는 15일 ‘여객자동차 유가보조금 지침’을 개정해 고시하고 내년 9월부터 연간 1만대씩 경유택시에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엘피가스(LPG)를 연료로 쓰는 택시를 경유택시로 바꾸면 연간 1만대씩 유가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편입시킨다는 내용이다. 택시 대부분은 유가보조금을 주는 엘피가스를 사용하는데, 앞으로는 택시가 경유를 써도 유가보조금을 줘서 실질적으로 경유택시 도입 길을 터놓겠다는 취지다.
다만, 국토부는 경유택시 전환 한도를 지역별로 할당하면서 기존 행정예고 내용을 크게 바꿔 서울에는 0대를 배정하기로 했다. 행정예고 단계에서는 1만대 가운데 서울시에 가장 많은 2782대를 할당할 계획이었으나, 서울시 안팎에서 우려와 반발이 크자 이를 철회한 셈이다. 결국 서울시 물량은 수도권인 인천광역시와 경기도를 뺀 나머지 시·도에 추가 할당돼 이들 지역의 환경·건강권 침해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이런 할당량 조정에는 서울시의 적극적 우려 표명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 2일 국토부에 공문을 보내, 환경·건강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담는 취지로 사실상 반대하는 뜻을 전달했다. 유가보조금은 지방세를 재원으로 하고 있어, 해당 지자체가 달가워하지 않으면 중앙 부처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택시노조 양대 단체는 기사 건강권 침해, 택시업주의 경유차량 전환 비용 사납금 전가 가능성 등을 들어 국토부 정책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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