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이마트 공덕동점에 의무 휴업을 한다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날짜를 제한한 지자체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대기업 손을 들어준 최근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정부가 “현행 규제 제도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 대기업들이 이번 승소를 근거로 의무휴업일 등의 ‘집행 정지’ 신청을 낼지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중소상인들의 우려가 커지자 정부 차원의 유권해석과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이번 항소심 판결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현행 제도가 무효화되지 않으며, 대법원에서 대기업 승소가 확정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같은 영업규제 재처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26일과 30일에 간담회를 열어 대기업·중소상인이 함께 참여하는 유통산업연합회와 광역지자체 유통담당 공무원들을 상대로 이런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전날 이관섭 산업부 1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사법부의 최종심 판결을 아직 기다려봐야 한다”면서도 “중소상인들이 제도 무력화를 걱정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려주려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등을 운영하는 롯데·신세계·지에스(GS)·홈플러스 계열 대기업들은 자정부터 아침까지 영업을 못하게 하고, 매달 일요일 두 차례를 의무적으로 휴업하도록 행정처분한 서울 동대문·성동구청장을 상대로 2012년 11월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어 1심에선 패소했으나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이 두 지역 말고도 현재 14개 시·군·구에서 유사한 소송이 1심 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산업부는 이번 소송의 효력이 영업규제 현행 제도를 흔들지 못한다는 근거로 두 가지를 들었다. 먼저 이번 소송 대상이 특정 2개 지역 행정처분에 대한 것으로, 법제도 자체에 대한 다툼이 아니라는 점을 들었다. 또 이번 소송이 대기업의 최종 승소로 확정되더라도 2012년 옛 유통산업발전법과 조례에 따른 행정처분을 한 것이므로,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에 영업규제를 오히려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정된 2013년 관련법과 조례에 따라 새로 한 행정처분엔 효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유통 대기업들이 법제도 자체에 대한 위헌소송으로 재판을 끌고 가든지, 갱신된 행정처분에 대해 다시 소송을 내라는 얘기다. 결국 정부와 지자체가 먼저 나서서 현재 영업규제의 틀을 바꿀 방침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의 영업규제는 국회에서 오랜 논란 끝에 정치적 타협으로 태어난 산물”이라며 “이미 배를 저어가고 있는데, 노의 방향을 달리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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