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반대그룹’을 자칭하는 해커 추정 인물이 성탄절부터 3개월간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가운데 24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가 바리케이드 뒤로 보인다. 경주/연합뉴스
원전 정보 유출
원전 해커, 추가범행 예고한 날
한수원 24시 비상근무체제
산업부 장관은 현장 철야대기
한수원·정부 2주 넘도록 속수무책
유출된 정보 인터넷 떠돌고
해커 실체도 오리무중
“원전 3곳 지목이유도 모르겠다”
원전 해커, 추가범행 예고한 날
한수원 24시 비상근무체제
산업부 장관은 현장 철야대기
한수원·정부 2주 넘도록 속수무책
유출된 정보 인터넷 떠돌고
해커 실체도 오리무중
“원전 3곳 지목이유도 모르겠다”
‘원전반대그룹’을 자칭한 해커 추정 인물이 추가 범행을 예고한 성탄절을 맞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정부 주무 부처가 성탄 전야에 철야근무를 하는 등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정부 합동수사단의 수사로 유출 관련 ‘아이피(IP) 주소’가 중국에 집중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국동포 해커의 소행이거나 북한의 사이버테러일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지만 정확한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원전 사이버보안은 핵안보에 다름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로 드러난 한수원의 형편없는 사이버보안 수준과 보안 관행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산업통상자원부 윤상직 장관은 24일 밤 부산시 고리 원전을 방문해 성탄절 아침까지 철야로 현장을 지키기로 했다. 25일 오전에는 현지 주민 간담회에 참석한 뒤 경북 경주시 월성 원전으로 이동해 안전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 산업부 문재도 2차관은 사고 발생 시 원자력안전위원회 소집 등에 대비해 서울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서울 삼성동 본사에 비상상황반을 꾸리고 고리·월성·한빛·한울 등 4개 본부 23개 원전 상황에 대한 24시간 비상 점검에 들어갔다.
해커의 사이버범죄와 위협·조롱이 지난 9일부터 2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한수원의 대처는 우왕좌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윤 장관이 24~25일 고리·월성 원전을 방문하는 것은 원전반대그룹이 고리 1·3호기, 월성 2호기의 가동 중단을 요구하며 사고 유발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원전반대그룹은 21일 새벽 트위터에 “고리 1·3호기, 월성 2호기를 크리스마스부터 가동 중단하는 조치를 취해줘야 할 거예요. 왜 위의 3개만 중단하라고 하는지 아직 이해 못 하셨죠? 고리 2호기처럼 앞당겨 정비 한번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라고 적었다. 하지만 산업부 관계자는 “4개 본부 23개 원전 가운데 왜 고리·월성의 세곳을 지목한 것인지 고심했지만 특이점을 찾아내지 못한 상태”라고 답답함을 털어놨다.
사이버 공격자의 발언과 116개 유출 자료는 온라인을 마구잡이로 떠다닌다. 트위터가 미국계 기업인 탓에 문제의 트위터 계정은 폐쇄 없이 ‘팔로어’가 1000명을 넘어섰고, 해킹 선언들은 수십차례씩 ‘리트위트’됐다. 또 유출 파일 일부는 16일 새벽에 공개된 자료를 24일에 내려받을 수 있을 정도다. 미국계 파일공유 서비스 ‘드롭박스’ 등에 올라간 초기 자료 일부는 접속이 제한됐지만, 23일 공개 자료 등 상당수 파일은 접속 폭주 때를 피하면 언제든 내려받을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합동수사단이 미국과 사법공조도 하고, 한수원도 미국계 기업에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국내 기업이 아닌데다 미국 쪽 연말, 성탄절 휴가 기간이 겹쳐 제때 차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 이전 한수원의 사이버보안 수준은 형편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장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만 봐도 허술한 실태의 단면이 드러난다. 한수원 사이버보안 관련 예산은 2010~2011년만 해도 7억~9억원대로 미미했고 그나마 절반도 쓰지 않았다가 현안이 불거지면 다른 항목 예산을 끌어다가 예산안의 세배 가까이를 쓸 만큼 고무줄 행태를 드러냈다. 5년간 3개 연도가 예산집행률이 50% 안팎 수준이었는데, 예산 미집행 사유도 사이버보안 업무 담당자가 다른 업무를 겸직하느라 집행이 저조했다는 등의 사유였다. 사이버보안 인력도 모두 53명으로 전체 1만9600여명 직원 가운데 0.26%에 불과했으며, 18명을 빼곤 다른 일도 겸직하는 직원들이었다.
문재도 산업부 2차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수원의 업무망과 인터넷망이 분리된 것은 지난해이고 그 전까지는 허술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분리 상황에서도 직원이 보안의식이 떨어져 유에스비를 꽂는다든지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보안의식 강화가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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