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규제완화
옛 미 대사관 숙소 터에 영향 관심
역외지역 경쟁제한 조례 개선 수용
옛 미 대사관 숙소 터에 영향 관심
역외지역 경쟁제한 조례 개선 수용
정부가 28일 내놓은 규제 폐지·완화 조처 가운데 일부 내용이 지방자치단체들이 펴온 지역기업 살리기 정책과 충돌해 지자체가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학교 환경정화구역 안 호텔 설립도 밀어붙일 태세여서 ‘학습권 침해’ 등을 우려하며 반대해온 주민들과의 갈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유해시설 없는 관광호텔’의 학교 환경정화구역 내 설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의 빠른 국회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이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경복궁 옆 서울 종로구 송현동의 옛 미 대사관 숙소 터(3만7141㎡ 규모) 호텔 건립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이곳은 역사문화미관지구 등으로 지정돼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고, 덕성여중·고, 풍문여고 등이 50m 안에 있어 학교환경위생 절대 정화구역에 포함돼 있다.
학교환경정화구역 내 호텔을 짓는 방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위원회 회의에서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대표적인 규제 사례로 꼽힌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앞 호텔 건립은 ‘호텔 내 유해업소(유흥주점)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지난달 영등포구의 승인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역외지역을 차별하는 지자체의 경쟁제한 조례를 개선해달라’는 경영자 단체의 요구를 수용했다. 대상 조례는 건설산업조례, 발광다이오드(LED)조명조례, 로컬푸드 조례, 제주도문화예술조례 등이다.
해당 조례를 만든 지자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2006년 5월부터 고사 위기에 내몰린 지역 건설업체를 보호·육성하기 위해 ‘건설산업 활성화 촉진에 관한 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부산시는 “대기업에 일감 몰아주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시 관계자는 “관련 조례는 부산 건설산업 현장의 부산지역 건설업체 하도급 비율을 60% 이상으로 권장하지만 실제 하도급 참여 비율은 40% 선에 불과하다. 조례마저 폐지되면 향토건설업체의 참여 비율은 더욱 낮아질 게 뻔하다”며 건설산업 조례를 규제 폐지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촉구했다. 부산과 비슷한 조례를 시행하는 강원도청의 한 관계자도 “지자체가 지역 기업을 위한 활동도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발광다이오드 관련 조례가 있는 경북도 관계자는 “지역기업 제품 우선 사용 권장 내용이 삭제되면 대기업 제품이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발했다. 경북도는 2012년 12월 발광다이오드 조명 보급촉진 조례를 만들면서 발광다이오드 조명을 교체할 때 지역생산 제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폐기물 처리업체 입지제한 조례 등은 관련 지자체에서 벌써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경기도 이천시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 당국으로부터 개선 권고와 함께 감사 지적을 받아 최근 폐기물처리업체의 입지를 완화하는 내용의 조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폐기물처리업체는 악취 등 문제가 많아 주민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태우 기자, 이천 부산 춘천/김기성 김광수 박수혁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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