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지난 12월 한 달 동안 6조원 넘게 늘어 역대 최대 규모의 증가 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예금은행의 가계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잔액은 406조8787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1626억원 늘었다. 이같은 증가 규모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1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대다. 한은 관계자는 “대출규제 완화와 저금리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규분양이 늘어 중도금 대출 수요도 가세해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대출규제 완화와 저금리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해 10월 6조396억원이 늘어 역대 최대 증가 기록을 경신한 뒤, 두 달만에 다시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12월 3달 동안 불어난 주택담보대출이 18조75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증가 규모(35조4962억원)의 50.9%를 차지했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은 12월 말 560조9406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6372억원 늘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이 다소 줄면서 증가 폭은 10월 6조9373억원과 11월 6조8754억원에 비해 다소 둔화됐지만,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3달 연속 6조원대 급증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지난해 1년 동안 은행 대출을 통해 늘어난 가계 빚은 37조3265억원으로 2013년(23조3063억원)의 1.6배에 달하면서, 연간 증가폭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편, 시중은행에 비해 금리가 훨씬 높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도 크게 늘고 있다. 한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말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조642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4%(3316억원) 늘었다.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27개월 만에 처음이다. 저축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율은 은행(1.2%), 신용협동조합(0.8%), 새마을금고(0.7%), 상호금융(0.5%) 등 다른 예금취급기관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6월말부터 5개월 연속 증가했는데, 가계의 저축은행 빚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늘기는 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지난해 새로 저축은행업에 뛰어든 대부업체들이 공격적인 대출 마케팅을 벌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저축은행 가계대출의 상당수가 연 30% 이상의 고금리인데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이들에게 대출이 나가는 만큼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저축은행 가계대출의 잠재 위험요인 등을 면밀하게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김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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