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경제 전망 유가 흐름
“(걸프 지역 산유국들은) 유가 하락을 대체로 영구적인 상황으로 여기고 신중하게 대처해야만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걸프 산유국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이렇게 언급했다고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지난해 6월 두바이유 현물가격을 기준으로 배럴당 111.23달러까지 치솟았던 원유 가격은 올해 들어 42.55달러까지 급락하며 40달러대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한때 극단적 비관주의자의 견해로 치부됐던 유가 40달러 시대가 현실이 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저유가 시대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를 두고는 여전히 논쟁이 치열하다. 국제통화기금처럼 유가 하락이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신중하게 내비치는 쪽이 있고, 주요 산유국들의 재정 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유가 수준을 크게 밑도는 현재의 출혈경쟁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는 반박도 상당하다.
일단 최근 유가 하락의 주요 원인에 공급과잉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인 인식이다. 미국발 셰일혁명에 따른 원유 과잉공급 상황에 맞서 시장점유율을 지키고 셰일에너지 사업자들을 고사시키려는 중동 등 전통적 산유국들의 저가경쟁, ‘치킨게임’에서 유가 하락이 촉발됐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12월 -0.2%에 그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유럽발 디플레이션 우려와 중국의 ‘신창타이’ 시대 선언이 상징하는 세계경제의 성장속도 둔화는 원유 수요 측면에 대한 우려도 증폭시켰다. 미국의 나 홀로 성장만으로는 공급을 넘어서는 글로벌 원유 수요 성장을 견인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난해 10월 당해연도 원유 수요 성장 전망을 하루 20만배럴 정도 하향 조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원유 소비는 지난 20년 가운데 18년간 증가했다. 전세계는 실질적으로 원유 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경험한 적이 거의 없다. 국제유가가 40달러대에 머무는 게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쪽은 지난해든 올해든 원유 수요 성장이 다소 둔화할 뿐 역성장하는 게 아닌 상황에서 수요 측면의 우려가 과장돼 있다고 짚는다.
한편 엔에이치투자증권 강유진 애널리스트는 “100달러 안팎을 고유가 시대로 보고, 50~60달러대를 저유가 시대로 지칭한다면 현재로서는 저유가 국면이 2~3년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게 요즘 시장의 컨센서스”라며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증진 효과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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