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리포트] 원전 해체, 멀지만 가야할 길
고리1·월성1호 수명연장
24기 중 12기 2030년까지 수명끝
정부, 다가올 뒤처리 고민없어
민간에서 전문대학원 설립 추진
고리1·월성1호 수명연장
24기 중 12기 2030년까지 수명끝
정부, 다가올 뒤처리 고민없어
민간에서 전문대학원 설립 추진
국내 두번째로 설계수명이 다한 월성 1호기의 재가동과 관련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심사 불충분’과 ‘법적 요건 위반’을 주장하는 일부 위원의 반발 퇴장에도 표결을 강행한 끝에 수명 연장을 결정했다. ‘원전 폐로’의 시작이 또 한차례 미뤄진 셈이다. 하지만 이미 한차례 수명을 연장한 고리 1호기의 수명 만료가 2017년에 돌아오고, 올 상반기 안에 수명 재연장 신청을 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노후 원전의 안전을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원전 가동의 역사는 1977년에 시작됐다. 국내 원전의 수명은 30~40년이기 때문에 원전 폐로는 사실상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국내 원전 24기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12기가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수명을 마치게 된다. 고리 1호기를 포함하면 앞으로 10년 안, 2025년까지 수명을 마칠 원전은 5기나 된다. 고리 1호기의 수명 재연장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소속의 서병수 부산시장이 취임 전 공약에서 연장 반대를 약속했고,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고리 1호기 폐로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리 1호기 수명 재연장 신청 여부에 대해 “검토중”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의 안전 우려가 한층 커졌고, 1세대 원전 상당수가 개발독재 시대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지어진 탓에 현시점에서 재산권과 건강권에 대한 회복 요구는 거세다. 특히 지난 1월 공포된 원자력안전법은 사업자가 수명연장 신청 때 제출해야 할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서류에 주민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하도록 하는 조항을 새로 도입하고, 오는 7월 발효하는 다른 조항들과 달리 ‘즉시 발효’하도록 했다. 주민들이 노후 원전에 더 높은 최신 안전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럴 경우 사업자는 큰 비용을 투자해 안전기준을 높이든지, 이런 투자로 경제적 이득이 없으면 폐로를 선택하든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실제 월성 1호기와 쌍둥이 원전인 중수로형 캐나다 젠틸리 2호기(Gentilly-2)는 이런 상황 때문에 폐로를 선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원안위가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심사에서 개정법이 요구한 주민 의견 수렴 조항을 ‘소급 불가’로 해석하고 표결을 강행한 데 대해 반발이 거세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폐로의 경험이 있는 전문인력·기술·제도 정비가 일천한 상황이다. 언젠간 선택해야 할 폐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셈이다. 최근 탈핵에너지교수모임과 불교계 등이 국내 폐로 관련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대학원 설립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현재 국내 원자력공학 인력의 대표적 산실인 서울대와 한양대 관련 과에는 학부와 석사를 통틀어 원전 폐로 커리큘럼이 아예 없다시피 할 정도로 불모지에 가깝다. 관련 법령도 지난 1월 공포된 원자력안전법에 이르러서야 해체 관련 기본 규정들이 마련됐고, 시행령 미비로 올 7월 이후에나 발효된다. 원자력 전문가단체인 ‘원자력 안전과 미래’의 이정윤 대표는 “우리 원자로 해체 경험은 실제 원전의 수십분의 1 규모인 연구용 원자로 해체 정도가 전부여서, 원전 해체가 현실화되면 독일 등 외국에서 기술인력을 대거 들여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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