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그룹이 올 상반기 대졸 채용부터 입사지원서에서 인물사진은 물론 외국어 성적, 수상경력, 외국연수 경험 등으로 채우는 이른바 ‘스펙’ 입력 항목을 사실상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지난해 4대그룹 가운데 엘지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이 스펙 입력을 크고 작게 줄이며 ‘탈스펙’ 바람을 일으켰지만, 실질적으로 스펙 전면 폐지에 나선 것은 에스케이가 처음이다.
에스케이그룹은 9~20일 진행될 올해 상반기 대졸 채용 원서 접수 때 받을 입사지원서에서 흔히 ‘스펙’이라고 불리는 항목들의 입력란을 삭제하고, 기본 정보만 적도록 할 방침이라고 5일 밝혔다. 스펙 관련 항목들이 삭제되고 나면 이름, 성별, 학력(졸업년도), 전공, 학점, 지원 계열사, 희망 업무 같은 기본 정보만 입력하게 된다. 이에 따라 서류전형에선 자기소개서 평가 비중이 대폭 높아지게 된다. 에스케이 그룹 관계자는 “서류 전형에서 자기소개서가 에스케이그룹 구성원한테 요구되는 가치관과 행동규범 등을 갖췄는지 검증할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된다”면서 “지원자가 자기소개서의 질문 항목들에 답하면서 이른바 ‘스펙’과 관련된 외국 연수 경험이나 수상경력 등을 드러나게 쓸 수는 있겠지만 그런 스펙 내용을 높이 평가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기소개서 질문 항목은 ‘가장 어려웠던 경험과 당시의 감정, 극복하기 위해 했던 행동과 생각’, ‘자신이 가장 강하게 소속감을 느겼던 조직과 기억에 남는 경험’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과정에 드러난 도전정신 등을 보려는 것이라고 에스케이그룹 쪽은 전했다. 다만 국외 영업직이나 제약 연구분야 등 특정 직무 지원자에 한해서는 외국어 성적이나 자격증을 보기로 했다. 또 에스케이그룹은 기존에 지원자의 스펙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물론 스펙을 자기소개서 등에서 드러낼 경우 감점 조처까지 했던 ‘바이킹 챌린지’ 채용의 비중을 전체 인턴 채용의 20%로 두 배 늘리기로 했다.
에스케이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인재육성위원회는 “과도한 스펙쌓기 경쟁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직무수행 능력 중심의 열린채용 정착을 위해 이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에스케이그룹은 올 상반기 대졸 인턴사원과 신입사원을 500여명 선발할 계획으로,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는 줄었다. 이달 9∼20일은 원서접수, 4월26일 필기전형, 5월 말 면접을 거쳐 6월 중 최종 합격자가 발표된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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